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투자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SK브로드밴드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투자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SK브로드밴드
[ 박희진 기자 ] 국내 콘텐츠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과의 합병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투자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당초 계획했던 32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 조성 금액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사진)는 8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합병 승인이 안되면 투자 계획이 상당히 지연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과의 합병 이후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1년간 총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콘텐츠 제작과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합병 당사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각각 1000억원, 500억원을 출자하고 1700억원은 외부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의 투자 계획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이날 CJ헬로비전 주주인 KT 직원이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결의에 대해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무효 사유에 대해서는 △합병 비율의 불공정한 산정 △방송법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을 꼽았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는 두 회사의 합병 인가를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 승인만 남겨뒀던 합병이 법정까지 가게 된 것. 간담회에서 이번 투자 계획이 그대로 실행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던 이유다.

SK브로드밴드가 이날 밝힌 계획대로라면 합병법인은 오는 5월 제작사 및 창업투자사를 대상으로 콘텐츠 펀드 설명회를 갖고 펀드 운용사를 선정한다. 본격적인 펀드 운영은 7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소송 건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이 자리에서 콘텐츠 펀드와 관련해 발표한 내용은 합병 이후 합병 당사자들의 출자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심사가 지연되면 펀드 조성 역시 늦춰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합병법인 출범과 함께 출자금 조달이 이뤄지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만약 합병 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에는 3200억원 규모의 투자 금액을 줄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통상 국내 콘텐츠 펀드가 200억~500억원 수준에 조성된다는 점에서 이번 펀드는 보기 드문 대규모 투자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합병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콘텐츠 투자에 나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가입자 수는 콘텐츠 투자 효율을 결정짓는다"며 "많은 가입자가 확보되고 플랫폼이 커지면 콘텐츠 투자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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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