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7대 유망 산업 (4) '스마트 헬스케어'
2050년 인구 3명 중 1명 65세 이상 노인…일상생활 파고 들어 '전 영여' 확대

웨어러블 헬스 케어 기기 업체 핏빗의 제임스 박 CEO가 지난 1월6일 열린 2016 CES에서 강연하고 있다.
웨어러블 헬스 케어 기기 업체 핏빗의 제임스 박 CEO가 지난 1월6일 열린 2016 CES에서 강연하고 있다.
핏빗, 조본, 그리고 나이키플러스 퓨얼밴드.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대표적인 ‘피트니스 트래커’들이다. 운동화에 작은 센서만 부착하면,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달린 경로와 심박수, 칼로리 소모량 등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기능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한국계 제임스 박이 창업한 핏빗의 경우 헬스케어와 결합한 웨어러블 기기로, 2015년 4분기 기준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에서 애플(410만대)과 샤오미(270만대), 삼성전자(130만대) 등을 따돌리고 출하량 1위(810만대)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대비 52.8% 늘어난 수치다.

일본의 M3는 ‘디지털 병원’의 선두주자다. 의료 IT 플랫폼인 ‘MR-kun'을 운영 중인데, 사업 모델이 독특하다. 일본의 의사 80%와 30여개 제약회사들이 가입돼 있어,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질병과 의약품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의사들과 약사들의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 기능이 추가되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 자산운용사인 밸뷰자산운용사의 쿠블리 펀드매니저는 “MR-kun 플랫폼을 지닌 M3는 현재 영업이익에서 향후 3~4배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IT와 헬스케어. 미래 유망산업으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분야다. 그러니 이 두 분야가 결합한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의 잠재력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세계적으로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07년 1431억 달러(약 171조원)에서 2018년 2987억 달러(약 357조원)로 연평균 33.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유병 장수 시대, ‘스마트헬스케어’는 필연

헬스케어는 사실상 ‘건강’과 관련된 모든 산업을 포함한다. 흔히 알고 있듯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에서부터 넓게는 보험사, IT 서비스까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그중에서도 스마트 헬스케어는 IT기술을 활용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 및 건강을 관리하는 모든 서비스를 일컫는다.

스마트 헬스케어가 주목 받는 데는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국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연평균 기대수명은 1970~1975년 58.5세에서 2010~2015년 70세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62.7세에서 81.3세로 증가했다.

밸류자산운용의 인구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60세 이상의 인구는 3배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인구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다. 2050년이 되면 인구 3~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장수 시대’가 도래하긴 했지만 문제는 ‘무병 시대’는 아니라는 데 있다. 고령자를 중심으로 만성 질환과 질병 발생률이 급격한 증가세를 띠고 있다. 실제로 경제 성장에 따라 1인당 헬스케어 관련 지출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OECD 조사 결과 한국의 1인당 건강관련 지출 비용은 대략 1995년 100달러(약 12만원)에서 2014년엔 1900달러(약 228만원) 정도로 약 10년 사이에 2배 정도 높아졌다.

이런 흐름을 타고 국내에서도 스마트 헬스케어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가 이뤄지는 단계다. 바이오의료 벤처 캐피털 투자 규모는 연평균(2013년~2017년 추산) 37% 증가하며, 2017년 7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지원 정책 또한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을 확대하는 데 큰 힘을 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 방안’과 ‘바이오분야 산업 엔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건강관리 시스템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인증 획득을 지원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홍성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인 의료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를 사전에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예방의학이 부각되고 있다”며 “IT기술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 헬스케어의 성장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 현재는 웨어러블 기기 중심, ‘원격진료’는 시작도 못해

스마트 헬스케어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다. 때문에 어디까지를 스마트 헬스케어로 일컬을 수 있을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향후에는 어떤 형태로 어느 범위까지 관련 서비스가 진화할지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에 ‘스마트 헬스케어’의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짓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각각의 기관이나 전문가마다 스마트 헬스케어를 다르게 분류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크게 세 분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미국의 핏빗처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평소의 건강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스마트 웰니스’, 일본 M3의 의료 IT 플랫폼처럼 병원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 메디컬’, 그리고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건강관리와 요양, 병증 치료를 제공하는 ‘스마트 실버’다.

그중에서도 현재 소비자들에게 가장 가깝게 와 닿는 분야는 ‘스마트 웰니스’다. 특히 웨어러블 디바이스(인체에 부착하는 IT기기)의 빠른 발전 속도가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미 애플과 구글, 나이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그 형태 또한 시계, 손목밴드, 베개, 의류, 목걸이, 기저귀 등으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가 소형화, 경량화될수록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는 체중, 체지방, 심박수, 혈당 측정 등 간단한 진단이 주를 이루고 있는 단계다. 최근 들어 혈액산소농도 측정, 호르몬 분비량 분석, 약물복용 여부 확인, 심장질환 등 진단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는 측정된 건강 데이터를 병원과 연계해 통합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웰니스’ 만큼이나 각광받는 시장이 ‘스마트 메디컬’ 분야다.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병원이 환자에게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IT기기를 활용하고 있다. 갑상선과 같은 간단한 수술은 로봇이 진행한다든지, 환자의 진료기록을 태블릿이나 모바일과 연동해 관리하는 것들이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스마트 의료 시스템 도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의료 시스템 구축을 통해 환자들의 의료 정보, 처방내용, 검사결과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중복되는 진료나 검사를 막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응급이송 환자의 경우도 실시간으로 조처가 가능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마트 메디컬 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원격진료’ 서비스는 아직 산간 오지 등 일부지역에서만 시범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다. 아직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원격진료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올해 안에 입법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원격진료법(의료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비교해 미국과 유럽,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원격진료를 중심으로 스마트 메디컬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GE헬스케어는 질병 진단과 진료를 원격으로 할 수 있는 휴대용 진단기를 개발해 선보였다.

일본 통신업체인 NTT도코모도 모바일과 연계한 원격진료 시스템을 선보이는 등 앞서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원격의료가 전국을 기반으로 본격 시행되면 성장성이 매우 높은 분야로 꼽힌다.

‘스마트 실버’ 분야는 스마트 웰니스와 스마트 메디컬이 통합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의료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향후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한 일상생활 전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이 염려되는 노인층을 대상으로 가족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전송하는 ‘GPS 신발’이나 야간보행 기능과 함께 구조요청을 보낼 수 있는 ‘스마트 지팡이’ 등의 보조용품을 중심으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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