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세돌vs알파고 대결 D-2...'첫 판'이 승패 가른다
[ 최유리 기자 ] "방심은 하지 않겠지만 이길 자신이 있다. 5대 0이나 4대 1 정도의 승부를 예상한다" (이세돌 9단)

"이세돌 9단에게 이길 확률은 반반으로 본다. 지켜봐야 알겠지만 자신은 있다."(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대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인간과 인공지능(AI) 컴퓨터가 벌이는 '세기의 대결'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마다 승패에 대한 전망을 내놓으며 대국이 시작하기도 전에 열기를 더하는 중이다.

◆ 이세돌에게 기운 승리의 추…관건은 '첫 판' 승부

학계 전문가들은 이세돌 9단의 우승을 점치고 있다. 아직 이세돌 9단과의 실력 차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알파고가 꺾은 유럽 바둑챔피언 판 후이 2단도 이 9단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9단 역시 알파고를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알파고에 대해 "3단 정도라고 평가한다"며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실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부 예측의 추는 이 9단에게 기울었지만 승부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꼽은 관전 포인트는 오는 9일 열리는 첫 대국이다. 상대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첫 대국이 전체 흐름을 가늠할 방향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중 한동대 교수(전산전자공학부)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성능을 직접 볼 수 있는 첫 대국이 가장 중요하다"며 "알파고가 이 9단의 데이터를 쌓아가는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유리해지기 때문에 초반 승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도 첫 승부가 대국 전체의 양상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첫 대국을 보면 나머지 경기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9단이 첫 판에서 (지거나) 힘들게 이기면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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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져도 이기는 게임…알파고가 노리는 것은 따로 있다

승패와 상관없이 이번 대결로 얻는 실익은 알파고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세계적인 고수와의 경기로 얻는 경험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세돌 9단의 경기 데이터다. 지더라도 실력자의 기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김대식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알파고가 지더라도 전 세계 최고수의 바둑 데이터를 가져가는 것"이라며 "기계는 바둑을 두는 방법, 즉 알고리즘을 알기 때문에 데이터가 확보되면 실력이 늘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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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9단의 데이터 자체보다 알파고가 대국으로 보완점을 수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인중 교수는 "이세돌 9단과의 5대국으로 실력이 크게 늘지는 않는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알파고의 한계가 무엇인지 깨닫고 알고리즘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대국이 AI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AI 트렌드를 이끌려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구글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영준 서울대 교수(전기·정보공학부)는 "이번 대국으로 구글이 인공지능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 "구글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회사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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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