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대신 기능이 단순하고 값도 저렴한 피처폰을 찾는 사람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영화 '대니시 걸'의 주연인 영국 배우 레드메인이 최근 스마트폰 사용을 거부한 것은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됐다.

그는 "일하는 시간에 내 아이폰에 늘 달라붙어야 하는 데 대한 반발이었다"고 그 동기를 설명했다.

레드메인 처럼 스마트폰이 점점 더 복잡하고 비싸지자 전화 기능만을 갖춘 구식 휴대전화로 되돌아가는 사람들 덕분에 틈새시장도 생겨나고 있다.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쉽게 망가지고 매일 충전해야 하며 1년정도면 새로운 모델로 대체되는 스마트폰 기기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조차도 많은 사람에게는 별로 필요치 않은 기능을 제공하고 있을 정도다.

일부 사용자들은 레드메인 처럼 디지털 세계와 단절하겠다는 의식적 노력으로 인터넷 접속 기능이 없거나 제한돼 있는 휴대전화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낮에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일과가 끝난 저녁에는 별도로 보유한 포켓 사이즈의 저가 피처폰을 손에 죄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을 외면하는 한가지 실용적 이유도 있다.

스마트폰의 짧은 배터리 수명은 늘 불만의 요인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여행자들이 구식 휴대전화의 신뢰성과 긴 배터리 수명에 호감을 갖는다.

미국 리서치회사 IDC의 유럽모바일기기 연구부장인 프란시스코 예로니모는 음악을 듣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몇가지 기본 기능만 갖춘 기존의 피처폰이 점차로 저가 스마트폰으로 대체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식 휴대폰를 찾는 수요도 만만치 않다.

또다른 리서치회사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지난해 4천400만대의 피처폰이 팔린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의 2%에 해당하는 것이다.

휴대전화 메이커 가운데 소니와 LG는 피처폰 시장에 이미 등을 돌린 상태다.

반면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는 여전히 피처폰 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을 매년 선보이고 있다.

핀란드의 노키아 브랜드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해 출시한 '노키아 215' 모델은 배터리 대기 시간이 29일이고, '노키아 515'모델은 무려 38일이다.

이들 휴대전화 모델은 단순한 기능의 앱, 기본적인 인터넷 접속 기능만을 제공한다.

대당 30달러라는 가격도 인기를 끄는 매력 포인트다.

부모들이 자녀들이 집에 전화하는 용도로 구입하는 경우도 피처폰의 수요를 구성한다.

이들 제품은 단순하고 튼튼한데다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저가이기 때문이다.

한편 노인들을 위해 버튼 사이즈와 볼륨을 키운 휴대전화도 틈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같은 기회를 포착한 주목한 군소 휴대전화 제작사들도 있다.

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라이트폰을 창업한 조 홀리어(25)는 전화를 주고 받는 것 외에 인터넷 접속을 포함한 부가 기능이 아예 없는 휴대전화를 개발했다.

또다른 군소 휴대전화 제작사인 도로는 노인층을 겨냥해 기능을 단순화한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IDC의 예로니모 연구부장에 따르면 도로는 서유럽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에 이어 3위의 피처폰 생산업체로 발돋움했다고 말했다.

피처폰은 개도국 시장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저가에다 긴 배터리 수명 덕분이다.

예로니모 부장은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스마트폰은 날마다 충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이용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3G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없거나 요금이 극히 비싼 탓에 스마트폰 사용이 의미가 없기도 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