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시대 신영토전쟁
(1) 제조업 패배주의 벗어나자

"위기에서 혁신의 성패 갈린다"
한경 미래혁신TF '모바일 올림픽' MWC를 가다…"제조업 패배주의 벗어던지자"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간부들로 구성된 ‘미래혁신태스크포스(TF)’가 22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의 현장,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았다.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에서 눈부시게 발전하는 전자산업의 흐름을 진단하고 한국 산업의 앞날을 조망하기 위해서다.

올해 MWC에서는 ‘모바일이 모든 것(Mobile is Everything)’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모바일 기술이 스마트폰을 넘어 가전, 자동차, 헬스케어, 페이(결제) 등 전 산업으로 무한 확장해나가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한경 TF의 화두는 ‘제조업의 희망 찾기’다. 조선 기계 철강 등 고속성장을 주도해 온 주력 산업이 잇달아 위기에 빠지면서 금융과 서비스 등 내수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제조업 패배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중장기 비전을 세우고 ‘제조업 혁명’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만 제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모든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융합·복합화의 정점을 달리는 모바일을 통해 우리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제조업 패배주의’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가상현실(VR) 등 혁신 기술을 담은 전략폰 갤럭시S7과 함께 운전자 성향과 차량 진단을 통해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공개한다. LG전자는 혁신 역량을 결집한 신개념 전략스마트폰 G5를 선보였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에 오르며 한국 기업들의 주적(主敵)으로 떠오른 중국 화웨이와 중국 시장 1위를 차지한 샤오미도 신제품을 내놓는다. 중국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한국 기업들이 모바일 생태계에서 우위를 지켜갈 수 있으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MWC는 혁신기술의 경연장이다. 스마트폰 제조 및 통신사만 참가하는 게 아니다. 3년 연속 MWC 기조연설에 나서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 드론(무인항공기) 등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크 필즈 포드 CEO는 자율주행차 및 간편결제 시스템 ‘포드 페이’ 등이 자동차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를 화두로 던질 예정이다.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이처럼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는 진단이 나온다. 모바일 산업이야말로 한 국가의 모든 제조·연구개발·지식·문화 역량을 결집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중국의 거센 추격에 몸살을 앓고 있는 제조업 우위의 산업구조를 금융·서비스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해야 한다고 한다. 실제 한국 제조업은 주력 업종과 간판 기업의 동반 부진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제조업을 포기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더 강하게 키워야 한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조선 기계 철강 모두를 사양산업으로 쓸어넣고 지금의 일자리와 소득 수준을 지킬 수 있다고 여긴다면 오판이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물론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 제조업 국가들은 미래 제조업에 대한 전략적 로드맵을 갖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제조업 퇴각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위기 국면에서 많은 경영자가 떠올리는 ‘아포리즘(aphorism·경구)’ 중 하나는 ‘경쟁자를 추월할 호기는 커브길이나 비탈길에서 찾아온다’는 것이다. 모두가 어렵다고 아우성일 때 혁신의 진가가 드러나고 승패의 윤곽이 분명해진다는 얘기다.

한국 제조업만 힘겨운 것이 아니다. 삼성과 함께 세계 전자산업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도 성장성 둔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조업의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우리는 중국을 두려워하지만 정작 중국 자신은 ‘샌드위치’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첨단 제품에선 미국 일본 한국에 밀리고, 중저가 영역에선 인도 베트남 같은 후발국에 쫓기고 있다”는 것이다.

MWC는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모색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인간과 비슷한 정도의 고도 지능을 제조업 생태계에 어느 단계까지 구축할 수 있느냐가 차세대 경쟁력을 가름하기 때문이다. 센서는 감각기관, IoT(사물인터넷)는 감각 신경, 빅데이터와 클라우드는 충추신경, 로봇과 드론은 사람의 손발 역할을 한다.

이제 기업 혁신은 이 같은 모바일 생태계를 따로 떼어놓고 상상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전통산업 부진 외에 인공지능 항공우주 로봇산업의 기반이 약한 것이 맘에 걸린다. 하지만 과거 소니 노키아 도요타와의 까마득한 격차도 한걸음 한걸음씩 좁혀가며 여기까지 온 터. 지레 겁먹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모자란 것은 채우면 되고, 없는 것은 빌리면 된다. 그동안 한국이 구축한 기업 생태계와 인재 기반, 지식과 기술력의 축적도 만만찮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붙어서 싸워야 한다.

바르셀로나=조일훈 증권부장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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