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주도할 유망 기술 (2) 뇌과학·핵융합

[산업의 맥] '정신질환 치료' 뇌 연구, 고령화 사회 행복한 삶 해법
인공지능 다음으로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유망 기술의 하나로 뇌과학을 꼽는 이가 많다. 뇌는 현대 과학기술의 한계에 있는 미지의 영역이자 인간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정복해야 할 최후의 난제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에너지 자원인 화석연료의 고갈,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 문제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대체에너지원으로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핵융합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유망 기술로 꼽힌다.

뇌과학

뇌 연구는 뇌신경계의 신경생물학과 인지과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뇌의 구조, 근본원리와 기능, 질병 해결법을 파악하는 연구 분야다. 현대 뇌 연구는 의학, 공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가 서로 연관돼 있는 융합 학문으로 주요 분야는 크게 △뇌의 신경생물학적 이해 △뇌질환 예방 및 극복 △인지 기능 △정보처리 이해 및 응용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인구구조, 생활패턴, 기술발전 등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뇌 연구의 필요성과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가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인간의 기대 수명이 늘어나자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활동 장애와 인지능력 저하 질환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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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연구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연구가 이뤄졌다. 미국은 1990~2000년을 ‘뇌과학의 10년’으로 선언하고 세계 뇌 연구를 선도해 왔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뇌 활동지도(BAM)를 완성하는 연구에 2023년까지 매년 3억달러를 투자하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영국, 독일 등 7개 국가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10억유로를 투자해 최신 뇌과학 지식을 끌어 모아 슈퍼컴퓨터에 입력해 인간의 뇌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인간 뇌 프로젝트(HBP)’를 시행할 계획이다.

일본 역시 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자 뇌 연구를 일찍부터 시작했다. 1996년에는 21세기를 ‘뇌 연구의 1세기’로 선언하고 뇌 연구를 국가 프로젝트로 격상시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전체 생명공학 분야 예산 중 뇌 연구 분야에 편성한 예산(2014년도 기준)이 4.5%인 1045억원으로 미국 18%, 일본 7%, 영국 20%와 비교했을 때 예산 비중이 턱없이 낮다. 하지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을 중심으로 뇌 연구를 위해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뇌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뇌 지도와 뇌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확립된다면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뇌 지도 연구가 완성되면 뇌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해 고소공포증,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등과 같은 정신질환을 고칠 수 있는 것은 물론 퇴행성 뇌 활동 장애를 줄여 인간의 기대수명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산업적인 면에서 뇌 연구는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기계를 움직이는 뇌·기계 접속(BMI) 기술과 같이 이종 기술과의 융합 연구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앞으로는 기술 융합 연구를 통해 특정 기억을 저장하거나 지우는 것도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로봇 연구와 인공지능 연구에도 가속도를 붙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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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g 핵융합 반응으로 석유 8t의 에너지 확보

핵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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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은 매장량은 풍부하지만 수송이 어렵고 석유보다 더 큰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수력 에너지는 개발 과정에서 주변 환경을 파괴하는 단점이 있다. 풍력, 태양광 등 자연 에너지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간헐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어 대용량 에너지원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핵분열에 의해 생성되는 원자력 에너지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 같은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차세대 대체에너지로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다.

핵융합은 여러 기준에 따라 정의되지만 에너지 관점에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섭씨 1억도의 초고온에서 융합시켜 더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전체의 99.29%가 헬륨가스로 전환되고 나머지 0.91%의 질량은 막대한 에너지를 생성하게 된다. 태양과 모든 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근원 역시 일종의 핵융합 현상이다. 1g의 핵융합 반응은 석유 8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0.5t이면 10만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가 나온다.

핵융합 에너지는 핵분열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많은 원료와 냉각수가 필요하지 않다. 핵과 관련한 모든 산업의 고질적인 ‘외부 불경제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주원료인 중수소는 바닷물 전기분해를 통해 거의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다. 삼중수소는 리튬의 핵반응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리튬은 매장량이 충분해 융합연료 고갈에 대한 문제가 전혀 없다. 에너지원으로 4차 산업혁명을 핵융합이 주도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핵융합은 상용화가 매우 어렵다.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태양 표면과 같은 1억도 이상의 고온과 높은 압력을 필요로 한다. 이 상태에서 변형되는 고체·액체·기체 상태가 아닌 제4의 물질인 ‘플라즈마’ 상태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넣을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핵융합 발전을 위해 리튬을 수입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핵융합은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폭탄보다 수백 배 강력한 수소폭탄을 만드는 주요 기술이기 때문에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우려도 있다.

그래도 많은 국가는 핵융합을 미래의 대체에너지로 인식하고 기술 상용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중국 과학기술대는 매년 학부생 600명, 석·박사생 900명 규모의 핵융합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일본은 핵융합 로드맵을 수립해 체계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으며 2030년까지 핵융합 모형을 만들 계획이다. 한국은 1995년 건설을 시작해 2007년 완공한 핵융합 실험로가 지난해 플라즈마 유지 시간 55초를 기록해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 공동개발사업(ITER)’에서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한국 등 7개 국가가 함께 핵융합 실험로를 짓는 등 기술 상용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최현만 < 미래에셋그룹 수석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