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에 의한 시공간의 물결'…아인슈타인 주장후 꼭 1백년만에 입증

11일(현지시간)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가 직접 탐지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중력파'(gravitational wave)는 질량을 지닌 물체가 일으키는, 중력에 의한 시공간(spacetime)의 물결이다.

중력파의 이론적 근거는 꼭 1백 년 전인 1916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정체를 '시간과 공간이 일체가 돼 이루는 물리적 실체인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파악하는 관점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주변 공간에 형성하는 '중력장'은 이 물체 주변의 시공간에 변형이 가해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질량을 가진 물체가 움직이거나 새로 생겨나거나 파괴되면 이에 따른 파동이 시공간의 일그러짐이라는 형태로 표현되고, 이 물체의 질량이 매우 크다면 이를 관측하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

이런 중력장의 파동을 가리키는 말이 '중력파'다.

마치 전자가 진동하면 그에 따라 전자기파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력장의 요동이 중력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중력파는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마치 전자기파가 지나가는 공간에 전기장과 자기장의 변화가 생기듯이, 중력파가 지나가는 공간에는 시공간(spacetime)의 변화가 생긴다.

중력파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예측되는 것이어서 이론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으나, 직접 실험을 통한 탐지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그간 초신성 폭발이나 매우 질량이 큰 쌍둥이별의 움직임 등으로 큰 규모의 중력파가 발생하면 시공간의 조직에 변화가 생기고, 이에 따라 두 점 사이의 거리가 미세하게 변할 수 있으므로 직접 측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어 왔다.

이번에 검출된 중력파는 13억 년 전 머나먼 우주공간에서 각각 태양의 36배와 29배 질량을 지닌 블랙홀 두 개가 서로 충돌하면서 발생했다는 게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 두 개가 서로의 주변을 도는 '블랙홀 쌍성계'는 장기적으로 불안정해 언젠가는 붕괴하게 되어 있다.

이는 안정된 궤도의 존재를 예측하는 뉴턴의 고전역학 이론과는 판이한 결론이다.

이는 블랙홀이 궤도를 돌면서 중력파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해 서서히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십억년에 걸쳐 두 블랙홀이 서로 서서히 접근하게 되며,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 속도가 빨라져서 막판에는 광속(빛의 속도)의 절반에 가까운 엄청난 고속으로 충돌해 결국 거대한 하나의 블랙홀로 합쳐진다.

이 때 질량 중 일부가 중력파의 형태로 방출되면서 시공간이 뒤틀리며, 이것이 13억년 후 지구까지 전해져 라이고 시스템이 관측한 신호다.

라이고 연구진은 레이저를 서로 수직인 두 방향으로 분리시켜 보낸 후 반사된 빛을 다시 합성해 경로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공간의 뒤틀림을 측정했다.

또 약 3천km 떨어진 곳에서 두 개의 검출기를 동시에 가동해 가짜 신호와 진짜 신호를 구분하고, 0.007초라는 미세한 시차를 이용해 파원이 남반구 방향에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라이고 팀의 연구는 최초로 중력파를 직접 검출한 사례에 해당할뿐만 아니라, 최초로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계의 존재를 확인하고 블랙홀의 충돌과 합병 과정이라는 극적 현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