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 주최로 4일 서울클럽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포럼에서 안경훈 얍컴퍼니 대표(왼쪽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국가미래연구원 주최로 4일 서울클럽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포럼에서 안경훈 얍컴퍼니 대표(왼쪽 두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온·오프라인 연계(O2O) 사업을 둘러싼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국내 관련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미국·중국에 밀린 O2O, 기술력 아닌 규제 탓"
국가미래연구원이 4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주최한 ‘산업경쟁력 포럼’에서 나온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이렇게 압축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가 ‘한국 O2O산업의 국제경쟁력 현황 및 제고 방안’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뒤 관련 전문가들이 토론했다. 이 교수는 “최근 신생 O2O 기업인 헤이딜러가 기존 중고차매매업계만을 위한 입법으로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다”며 “이는 국내 O2O산업이 왜 미국 중국 등에 뒤처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버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사업자에 맞서 전략적 경쟁 구도를 확립하기 위한 정부의 합리적 규제는 필요하다”며 “그러나 신생 기업의 도전 의지를 아예 꺾어버리는 규제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철승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도 “정부가 아무리 국내 O2O산업을 키우고 싶어도 규제를 풀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며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기술력이 모자라서 O2O산업이 중국보다도 뒤처진 게 아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강성주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융합정책관은 “대통령이 직접 규제개혁회의에 참석해 규제 철폐를 독려할 만큼 범(汎)정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해당사자 간 첨예한 갈등을 조정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고민을 담아 오는 6월께 O2O 규제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열린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견해도 내놨다. 국내외 시장에서 비컨(저전력 블루투스 기반 근접무선통신 장치) 기반의 O2O사업을 펼치고 있는 얍컴퍼니의 안경훈 대표는 “지난해에는 국내 O2O산업 원년이라고 할 만큼 수많은 스타트업이 탄생했다”며 “이들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소모적이고 지엽적인 경쟁보다는 개방과 연대를 통해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 카카오 대외협력실장은 “카카오 택시가 나오자 기존 콜택시업체들은 ‘골목상권 침해’를 내세워 카카오를 비난했다”며 “글로벌 O2O 트렌드와 시장 참가자의 편의성 및 후생, 전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경전 교수도 “세계 1위 차량공유 회사인 우버 기사가 일반택시 기사보다 시간당 7~8달러를 더 벌고 국내에서도 카카오 택시가 도입된 뒤 기사 수입이 월 10만~30만원가량 늘었다”며 “이런 게 혁신의 산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공존이 O2O사업에서 핵심 가치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네이버에서 O2O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건수 옥시즌TF장은 “일본에서 운영 중인 모바일 메신저 라인도 카카오 택시와 비슷한 라인 택시를 내놨지만 사실 잘 안 되고 있다”며 “나라별 오프라인시장 고유의 특성이 있는 만큼 이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