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한컴 회장
김상철 한컴 회장
한글과컴퓨터가 세계 오피스 소프트웨어(SW)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에 도전장을 냈다. MS 오피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5.5%, 2위인 한컴 오피스는 0.4%다. 한컴은 26일 MS 오피스를 타도할 신무기로 ‘한컴오피스 네오’를 선보이고 202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을 5%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연 1조4000억원가량의 매출을 거둔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어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회사 측은 추정했다. 지역적으로는 반(反)MS 정서가 강한 중국 남미 러시아 인도 중동 등 다섯 개 시장을 먼저 공략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 집중 공략

해외로 가는 한컴, MS와 한판 붙는다
김상철 한컴 회장은 이날 연 출시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보기술(IT)이 그동안 제조업에 기반해 세계 정상에 섰지만 SW는 여전히 내수에만 매달려온 게 현실”이라며 “한컴오피스 네오로 MS와 당당히 겨뤄 세계 시장에서 한국 SW의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대가 열리면서 수십년간 공고하던 MS의 시장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는 설명이다. MS 구글 등 미국 IT기업에 대한 거부감이 적잖은 중국 남미 등의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컴은 지난해 8월 중국 오피스 SW업체 킹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데 이어 11월 아르헨티나 국영 통신사인 파이버콥과도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김 회장은 “MS의 클라우드 경쟁사들과 연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더존비즈온(ERP) 등 기술력을 갖춘 국내 SW기업과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등 한컴이 국내 SW 종합상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MS와 사실상 100% 호환

한컴오피스 네오는 MS 오피스와 사실상 100% 가까운 호환성을 지닌 게 특징이다. 한컴 관계자는 “MS 오피스에 내장된 1500여개 기능의 90% 이상이 호환된다”며 “일반인이 잘 쓰지 않는 기능(전체의 70%가량)을 제외하면 체감 호환율은 100%에 가깝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한컴오피스 네오만 있으면 MS 오피스가 따로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MS 오피스에는 없는 차별화된 기능도 있다. 영어 번역만 가능한 MS 오피스와 달리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10개국어에 대해 기계 번역 서비스 기능이 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PDF 파일을 편집 가능한 문서로 자동 변환해 준다.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탁월하다. 27일부터 판매되는 한컴오피스 네오는 개인용 4만5000원, 기업용 37만8600원(부가세 별도)으로 가격이 정해졌다. MS 오피스와 비교해 개인용 제품은 약 27%, 기업용 제품은 약 70% 수준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