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올해 ISS서 소변 음용수 환원, 근력강화, 무중력 상태 발아 등 실험

우주정거장(ISS)은 인류가 개발한 첨단기술의 총체다.

이곳의 극한상황에서 우주인이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활동하려면 지상에서와는 다른 여러가지 첨단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간이 극도로 좁기 때문에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마실 물도 재활용해야 한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날 수 있고 우주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우주인들은 이런 극한상황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실시하며 몇달에서부터 길게는 해를 넘겨 몇년씩 체류하기도 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4일 전재한 자매지 닛케이산교(日經産業)신문의 관련 기사에 따르면 ISS의 일본실험동인 '기보(希望)'에서는 올해 "궁극적인 수(水)처리 장치"라고 할 수 있는 소변을 음용수로 정수처리하는 기술을 비롯, 무중력 상태에서의 종자 발아, 우주인의 근력강화 등 여러가지 실험이 실시된다.

여기서 개발된 기술들은 천재지변 등 재해발생시 지상에서도 활용된다.

기사에 따르면 '기보'에서는 우선 소변을 마시는 물로 바꾸는 실험이 실시된다.

일본의 대표적 공업용수처리 업체인 구리타(栗田)공업은 지난해 9월 일본우주항공개발기구(JAXA)로부터 우주에서 소변을 음용수로 재생하는 수(水)처리장치 납품사업을 따냈다.

구리타공업은 약품이나 필터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만으로 물을 정화하는 수처리장치의 기능실증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구리타공업이 JAXA와 공동으로 4년에 걸쳐 개발한 이 장치는 약품이나 필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소모품 교환이 필요없다.

이 장치는 현재 ISS에서 사용되는 미국제와 러시아제 수처리장치에 비해 소비전력이 절반에 불과하고 설치면적과 무게도 4분의 1로 줄였다.

ISS내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모두 태양광발전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전기사정이 핍박하다.

JAXA는 "적은 전기로 수처리장치를 가동할 수 있게 되면 안정적인 가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소모량을 줄이고 장치 자체의 소형화에 성공한 비결은 독자적인 처리방식 덕분이다.

현재의 수처리장치는 배설물을 증발시키는 증류방식이 대부분이어서 가열하는데 전기가 많이 든다.

구리타가 개발한 장치는 이온교환과 전기분해, 전기투석을 이용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 신사업추진부 물(水)프로젝트팀의 이시와타리 가즈야(石渡和也) 팀장은 "장차 전기나 물자조달이 어려운 재해 발생시 지상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물실험 유닛(unit) 등의 공급은 지요다(千代田)화공건설이 맡았다.

무중력 상태에서 종자를 발아시켜 어떻게 자라는지 관찰한다.

수분공급과 습도관리 등은 센서가 자동제어한다.

이 회사 프 사이언스 유닛 책임자인 나가세 무쓰(永瀨睦) 매니저는 "무중력 상태에서는 생각지 못했던 작동이 일어나거나 우주 방사선의 영향도 받기 쉽다"면서 "이런 모든 요소들을 제어하기 위한 회로설계 프로그래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루메(久留米)대학의 시바 나오토(志波直人) 교수는 ISS에서 생활하는 우주비행사의 근력약화를 막는 운동방법을 개발했다.

근육에 전기자극을 주면서 부하를 거는 방식이다.

2014년 4월 ISS 일본실험동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와카타 고이치(若田光一) 우주비행사가 근육에 이 장치를 붙이고 팔을 뻗거나 굽히는 동작을 통해 근력이 강화되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기자극을 가해 근육을 수축시키고 수축된 근육을 다시 뻗게하는 동작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운동효과를 높이다.

시험 실시 1개월 후 와카타 비행사의 왼쪽 팔은 오른 쪽 팔에 비해 근력이 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바 교수는 "기초기술을 개발한 단계에서 바로 이건 우주에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 기술은 이미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검증됐지만 이번에 다시 탑재된다.

작년 8월에는 이 기술을 적용한 트레이닝 기기를 파나소닉사가 고령자용으로 제품화했다.

무릎 근육을 강화해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는 운동기구다.

이밖에 미생물의 양을 측정하는 센서의 성능실험도 실시된다.

밀폐된 공간인 실험실내에는 특정 미생물이 번식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까지는 정확한 위생상태를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

샤프사가 개발한 이 센서는 장치내로 들어온 미생물을 열로 죽인 후 사체가 발산하는 빛을 탐지해 양을 측정한다.

계측에 걸리는 시간이 한번에 10분 정도로 짧기 때문에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공기중의 미생물은 샘플을 용기에서 배양해 며칠씩 걸려 조사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됐으나 센서를 이용하면 내용물이 샐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30년대에 화성에 인간을 보낸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우주비행사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긴 여행이 될 수 밖에 없다.

인간을 화성에 보내기 위해서는 우주비행사가 비행선내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