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형 이노프레소 대표(39)는 LG전자 특허센터에 근무할 때인 2012년 창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좁은 회의실에서 태블릿PC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문득 “키보드 자판 위를 터치패드처럼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거듭하다 입사 11년 만인 2014년 6월 회사를 그만뒀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이노프레소를 창업하고 2015년 1월부터 키보드와 터치패드를 하나로 합쳐놓은 신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에 시제품을 선보여 약 1700대(약 1억6000만원 규모) 선주문을 받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조 대표는 “선주문 물량은 오는 3월쯤 배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은형 이노프레소 대표(왼쪽 두 번째)와 직원들이 개발 중인 터치패드 일체형 키보드 ‘모키’를 들어보이고 있다. 제품 하단 빨간색 부분 가운데에 있는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자판 위가 터치패드로 바뀐다. 신경훈 기자nicerpeter@hankyung.com
조은형 이노프레소 대표(왼쪽 두 번째)와 직원들이 개발 중인 터치패드 일체형 키보드 ‘모키’를 들어보이고 있다. 제품 하단 빨간색 부분 가운데에 있는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자판 위가 터치패드로 바뀐다. 신경훈 기자nicerpeter@hankyung.com
◆자판 위가 터치패드로 변신

[Start-Up] 센서 누르면 키보드가 터치패드로 변신
터치패드 일체형 키보드인 ‘모키’는 일반적인 휴대용 무선 키보드와 모양이 비슷하다. 제품 하단 가운데에 있는 전환센서를 가볍게 터치하면 자판 윗부분이 터치패드로 바뀐다는 게 차이점이다. 전환센터를 터치한 상태에서 다른 쪽 손가락으로 자판 위를 쓸면 커서를 움직일 수 있다. 제품 양쪽 모서리에 부착된 2개의 적외선 센서가 손가락 움직임을 추적하는 원리다. 클릭하려면 자판에 있는 아무 키나 누르면 된다. 같은 키를 두 번 연속 누르면 더블클릭이 된다.

전환센서 좌우엔 ‘컨트롤(Ctrl)’ ‘알트(Alt)’ 같은 키를 하나씩 더 붙였다. 터치패드로 작동할 때 동시에 자판 입력이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만든 특수키다. 예컨대 파일을 복사하기 위해 컨트롤 키를 누른 상태로 파일을 드래그할 때 필요하다. LG전자 근무 당시 2년6개월간 사용자경험(UX) 표준특허 업무를 담당했던 노하우를 활용해 넣은 기능이다.

◆손목 통증 환자들 큰 관심

모키의 장점은 휴대성이다. 마우스를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터치패드 부착 키보드가 나와 있지만 크기가 커 모키보다 휴대성이 떨어진다. 과다한 마우스 이용으로 생기는 손목 통증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조 대표는 “인디고고 펀딩 당시 손목터널증후군(반복된 팔목 사용으로 손 저림이나 통증이 느껴지는 증상) 환자들이 모키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마우스를 위한 공간 확보가 불필요해 책상을 더 넓게 쓸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직접 판매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유용성을 어느 정도 알린 뒤 전자업체에 노트북 탑재용 모듈도 공급할 계획이다. LG전자에서 근무하며 국내외 350여건의 특허를 출원한 경험을 살려 한국특허 15건, 미국특허 5건, 국제특허(PCT) 2건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로지텍 삼성전자 등 기존 키보드 제조업체와의 기술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조 대표는 “제조업체들이 태블릿 화면 크기를 소형 노트북 수준으로 넓히는 추세로 가면서 모키가 더욱 유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월 중순께 한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텀블벅(Tumblbug)에서도 선주문을 받을 계획이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