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콘텐츠 창작자' 전성시대] 골방 속 '덕후 문화' 스마트폰 타고 활짝
아프리카TV와 구글 유튜브에서 자신이 직접 게임을 하며 중계하는 게임 방송 진행자(BJ) 양띵(본명 양지영·25)은 ‘초통령’으로 통한다.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는 뜻이다. 방송하는 온라인게임 마인크래프트가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보니 양띵을 모르는 초등학생이 거의 없을 정도다. 팬들이 선물해주는 100원짜리 별풍선과 온라인광고 등으로 버는 월수입이 3000만원을 넘는다.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이 속속 나오면서 1인 콘텐츠 창작자가 전문직으로 떠오르고 있다.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 돈도 벌고 명예도 거머쥐게 된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동영상 웹툰 웹소설 등 문화 콘텐츠산업에 ‘콘텐츠 소비 증가→콘텐츠 창작자 증가→시장 확대’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띵 같은 고소득 스타 창작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선순환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직 떠오른 1인 창작자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웹툰 작품은 19만여개다. 14만명의 아마추어 작가가 올린 것이다. 네이버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된 웹소설도 11만명의 아마추어 작가가 23만편을 게재했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웹툰과 웹소설 서비스에 적극적인 것은 수익 기반이 갖춰졌다고 판단해서다. 다른 사람보다 먼저 다음편을 볼 수 있는 ‘미리보기’ 같은 유료 서비스, 배너광고 등 수익모델이 자리를 잡았다. 네이버 연재 작품으로 한 달에 7800만원을 번 웹툰 작가도 나왔다. 네이버 웹소설 작가 7명은 지난해 각각 1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웹툰이나 웹소설이 게임 영화 드라마 등 으로 제작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네이버 웹툰 가운데 2차 창작물로 나왔거나 준비 중인 것은 영상 9건, 게임 14건, 스티커 19건, 출판 10건 등 52건에 달했다. 작가들의 활동 무대도 넓어지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뿐 아니라 레진코믹스 등 웹툰 전문 사이트와 문피아 조아라 등 웹소설 전문 사이트가 ‘고수’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병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웹툰 작가 황병엽 씨는 “영화 등 판권 수입까지 거둘 수 있어 창작자들의 수익 기반이 그만큼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모바일 맞춤형 콘텐츠 봇물

KT경제경영연구소가 올초 20대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적합한 동영상 길이는 43.1초, 웹툰은 17장으로 나타났다. 짧은 시간에 소비할 수 있는 볼거리, 읽을거리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10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누적 조회 수가 4300만건을 넘어선 CJ E&M의 웹예능 프로그램 ‘신(新)서유기’는 편당 10~15분짜리다. 짤막한 길이의 카드뉴스를 서비스하는 피키캐스트 누적 조회 수도 최근 2년 만에 53억건을 넘어섰다.

10분 이내의 짤막한 영상을 제작하는 전문 업체도 나오고 있다. 지상파 등에서 경력을 쌓은 PD나 작가들이 참여해 모바일용 드라마나 연예물을 만드는 업체는 네오터치포인트 등 10여곳에 이른다.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는 “스마트폰은 TV에 비해 몰입감이 강하고 개인화된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창작자 키우기 열풍

일반인 창작자가 제작한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콘텐츠 서비스업체들이 창작자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카카오는 뉴스, 책, 음악, 영화 등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펀딩받을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인 ‘스토리 펀딩’을 운영 중이다. 펀딩 프로젝트 개설부터 콘텐츠 제작, 후원자 관리까지 제작자가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책 출간 기회도 주고 있다.

네이버는 앞으로 5년간 콘텐츠 창작자 지원을 위해 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구글은 지난해부터 예비 영상 창작자를 대상으로 영상제작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 '덕후' 문화

일본어 ‘오타쿠(オタク)’를 한국식으로 표기한 ‘오덕후’에서 온 ‘덕후’는 온라인상에서 주로 광팬 또는 마니아라는 뜻으로 쓰인다. 혼자 방에서 게임, 만화 등을 즐기던 덕후들이 모바일 기기와 동영상 플랫폼의 발달로 소통의 장(場)으로 나오면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