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알뜰폰 업계-이동통신 3사 협상 중"

서울에 사는 회사원 박모(39)씨는 2년 넘게 써온 휴대전화 단말기를 몇 달 전 교체하면서 알뜰폰으로 갈아탔다.

그는 다달이 몇 천원씩 통신비가 절감되는 것에 만족해 왔으나 최근 해외 여행을 떠나면서 알뜰폰 가입을 후회하게 됐다.

기존 통신 3사에서는 하루 1만원 안팎의 요금을 내면 가능한 일일 데이터 로밍 무제한이 알뜰폰에서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박 씨는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자주 가는 편인데다 해외에서도 휴대전화 데이터 쓸 일이 많은데, 데이터 무제한 로밍이 안된다고 해 당황했다"며 "일반 요금제로 데이터를 이용하면 요금 폭탄을 맞을 거 같아 할 수 없이 동행한 사람의 스마트폰을 빌려쓰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알뜰폰에서 일일 데이터 로밍 무제한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낭패를 겪는 사람이 적지 않은 가운데 알뜰폰 가입자들도 조만간 이동통신 3사 고객처럼 데이터 로밍 무제한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알뜰폰 가입자들에게도 무제한 데이터 로밍 요금제 사용을 허용해 주는 것과 관련한 협상이 알뜰폰 업계와 이동통신 3사 사이에 진행되고 있다.

알뜰폰 업계는 무제한 데이터 로밍 요금제가 현재 이동통신 3사 고객들에게만 허용되는 것은 이용자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무제한 데이터 로밍 요금제를 알뜰폰 가입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통신사 입장에서는 무제한 데이터 로밍 요금제로 버는 돈보다 해외 사업자에게 데이터 이용료로 주는 돈이 더 많아 오히려 손해가 나는 구조"라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제도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알뜰폰 가입자에게까지 제도를 풀 면 손실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난감해했다.

현재 SK텔레콤은 자사 고객에게 하루 9천900원, KT와 LG유플러스는 하루 1만1천원에 해외 100여개국에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알뜰폰 업계는 "알뜰폰 업체 대다수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력으로 무제한 데이터 로밍을 고객에게 제공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이동통신 3사가 자사의 망을 빌려 쓰고 있는 알뜰폰 업체의 고객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알뜰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여행이 일상화된 시대에 무제한 데이터 로밍이 안되는 것은 가입자를 늘리는 데 적지 않은 걸림돌"이라며 "통신 소비자 혜택을 늘리고, 최근 성장폭이 정체된 알뜰폰 업계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이통 3사의 대승적인 결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