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사업에 처음 나선 것은 1997년 10월이다. 재계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냈지만 출발부터 혹독한 경쟁에 내몰렸다. 사업 초기 불어닥친 인수합병(M&A) 경쟁에서 밀린 게 첫 시련이었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KT가 한솔PCS를 합병하면서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3세대(3G) 이동통신 사업권 경쟁에서 떨어져 이동통신 기술 진화에도 발목이 잡혔다. 경쟁사들이 글로벌 트렌드인 3G 서비스(WCDMA)를 시작했지만 LG유플러스는 해외에서도 우군을 찾기 힘든 2.5세대 서비스밖에 제공할 수 없었다. 2009년 말 애플 아이폰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며 스마트폰 시장이 열릴 때도 기술 방식이 달라 스마트폰을 조달하기조차 어려웠다. 마케팅, 광고 등 비용을 줄이면서 살아남는 게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

‘공격형 전술’로 LTE 주도

변곡점을 마련한 것은 2011년이다. 이번엔 수비보다 공격을 택했다. 국내 최초로 4G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4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2011년 7월 LTE 첫 전파를 쏜 데 이어 12월에는 84개 시, 2012년 3월 전국망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LG유플러스가 경쟁사보다 차세대 네트워크를 앞서 구축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공격 전략은 주효했다. 2009년 말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 통신 계열 3사를 합병한 후에도 개선되지 않던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2012년 8월 서비스 개시 14년10개월 만에 이동전화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작년 4분기에는 월간 가입자당 매출(ARPU)을 3만6000원대까지 끌어올렸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앞섰다. 가입자 한 사람당 올린 매출은 이통사의 경영 건전성을 확인하는 지표다. 한때 SK텔레콤과 1만원까지 벌어졌던 격차를 드라마틱하게 따라잡은 성과였다.

수익 기반도 단단해졌다. 2012년 연간 1000억원대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을 2013년, 2014년 2년 연속 5000억원대로 끌어올렸고 올해는 7000억원대 돌파까지 기대하고 있다.

서비스 분야 1등 도약 꿈

이런 변화를 이끈 주역은 올해로 최고경영자(CEO) 임기 6년차를 맞은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다. 2010년 1월 취임한 이 부회장은 국내 최초 LTE 구축을 결정한 후 2조원에 가까운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 전국망 구축에는 통상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9개월 만에 이를 해냈다. 최주식 LG유플러스 서비스크리에이션본부장(부사장)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최단 기간 네트워크 구축”이라며 “‘LTE는 LG유플러스’라는 인식을 퍼뜨린 게 가장 큰 성과였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되찾은 LG유플러스는 이제 서비스 분야 1등 도약까지 꿈꾸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말 LTE 도입 5년을 맞아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LTE비디오포털’을 공개했다. 실생활에 필요한 비디오 콘텐츠를 한 곳에서,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도록 모아 놓은 게 LTE비디오포털이다.

유아용 애니메이션부터 외국어 회화, 취업, 요리, 육아, 살림 노하우 등 생활에 필요한 동영상을 모두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음성통화가 이동통신의 핵심 서비스였다면 앞으로는 비디오가 모든 것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oT에서 차세대 먹거리 찾는다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도 LG유플러스가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지난 7월 가스록, 열림감지센서, 온도조절기 등 가정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IoT@home’ 서비스를 출시해 70일 만에 3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소비자에겐 아직 생소한 IoT를 실생활과 연결해 접근한 전략이 통했다.

산업 IoT 분야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 종합개발회사 안강개발과 손잡고 ‘IoT 오피스텔’ 구축을 시작했고 미국 전기자동차 전문회사인 레오모터스와는 전기차, 전기어선 등에 적용할 수 있는 IoT 통합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5G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미국 인공지능 로봇회사인 JIBO에 200만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2020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5G 시대에는 논리적인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는 IoTH(internet of thinking machines)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게 이 부회장의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과거 백만장자만의 전유물로 간주되는 개인비서, 운전기사, 홈 닥터 등 수많은 서비스가 5G 시대에는 모두가 누리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IoT 서비스를 통해 2020년 세계 1위 사업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