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10만원대 저가폰 쓰는 이유는
삼성 임원 A씨는 최근 처음 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무심코 전화기를 들었다가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라는 상대편의 인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다시 화면을 확인했지만 저장한 이 부회장의 번호가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바꿨느냐”고 묻자 “바꾼 건 아니고 최근 인도에서 공개한 저가폰을 써보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이 부회장이 쓰고 있는 스마트폰은 지난 7월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타이젠 개발자 회의’에서 공개된 저가형 스마트폰 ‘Z3’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시중에는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다. Z1에 이어 삼성이 자체 개발한 구동 소프트웨어(OS)인 타이젠을 탑재한 두 번째 스마트폰이다. Z1은 지난 1월 인도에서 출시한 이래 100만대가 넘게 팔렸다. 가격은 5700루피(약 10만원)에 불과하다.

Z3
Z3
삼성은 인도를 ‘타이젠 생태계’를 확대할 최적의 시장으로 보고 Z1을 출시했다. 인도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마이크로맥스 등 인도 스마트폰 업체의 수준은 아직 삼성을 따라오기 힘들다. 샤오미 등 중국 저가폰 업체들은 인도 내에 유통망이 없어 좀처럼 시장을 뚫지 못하고 있다. 삼성이 빠른 시일 안에 스마트폰 판매를 늘리기 좋은 곳이란 분석이다.

Z3는 내년부터 이집트 등 중동 시장에 나온다.

타이젠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늘어나면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려는 개발자도 늘어나면서 관련 생태계가 구축된다.

이 부회장은 두 번째 타이젠 폰을 직접 써보며 사용 편의성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타이젠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다른 정보기술(IT) 기업 수장들도 제품을 출시하기 전 몇 개월간 자사 제품을 직접 써보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꼼꼼히 검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