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세서리가 예뻐 스마트폰을 사기도 한다. 혁신적인 액세서리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액세서리사업을 총괄하는 이영희 무선사업부 부사장의 말이다. 올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갤럭시S6를 발표한 이 부사장은 행사가 끝나자마자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한 세계적인 패션 언론과 유명 인사들을 대상으로 신제품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항상 착용하는 옷과 같이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패션의 일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신제품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선보인 배경이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진화하는 액세서리

휴대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모바일 액세서리는 틈새시장에 불과했다. 당시 액세서리는 줄, 고리, 케이스 등 단순한 형태로 가격이 낮은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휴대폰 화면 크기가 커지고 고가의 휴대폰이 나오면서 액정보호필름 등 보호 기능을 추가한 액세서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국내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2009년 말부터다. 애플 아이폰의 국내 도입과 더불어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액세서리 종류가 다양해졌다. 액정보호필름도 지문·긁힘·반사 방지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다. 이 밖에 외장형 배터리, 거치대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모바일 액세서리와 주변기기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다. 블루투스 헤드셋, 블루투스 스피커, 블루투스 키보드, 휴대용 사진 프린터, 휴대용 빔프로젝터는 물론 셀카봉 등 아이디어 제품까지 나왔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내비게이션, 모바일 검색, 모바일 게임, 동영상 감상 등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업체와 협업해 디자인과 성능을 끌어올린 고급형 액세서리 제품도 늘어나는 추세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모바일 액세서리 시장이 커지자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직접 액세서리 제품 생산·관리에 나섰다. 이들은 피처폰(일반 휴대폰) 시대에는 모바일 액세서리를 외주 생산했다. 최근엔 직접 설계해 생산하고 있다. 액세서리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삼성전자의 고급형 태블릿 갤럭시탭S의 액세서리 디자이너인 백재호 무선사업부 디자인팀 책임연구원은 갤럭시탭S의 제품 외관과 액세서리 디자인을 함께 맡아 설계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삼성전자에선 몇 년 전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제품과 액세서리 디자인 작업을 같은 디자이너가 동시에 진행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최신 스마트폰 G4 후면에 가죽 커버를 적용한 것은 액세서리사업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LG전자는 천연가죽 소재의 6가지 G4 후면 커버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애플은 공식제품 인증 프로그램으로 전용 액세서리를 관리한다. 모바일 액세서리와 주변기기 시장은 앞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워치 등 새로운 모바일기기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모바일기기 성능도 진화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장착해 3차원(3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에 무선충전 기능을 적용하면서 스마트폰 무선충전기도 선보였다.

스펙 평준화…차별화 경쟁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액세서리사업 강화에 나선 것은 스마트폰 스펙(부품 구성)의 진화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자체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액세서리와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 모바일 결제, 모바일 음악 서비스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시장 성장세는 급격히 둔화하는 추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10년 70%를 넘나들던 세계 스마트폰시장 성장률이 내년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