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내쫓는 꽉막힌 생명윤리법
혈우병 치료제 개발 바이오벤처기업인 툴젠이 임상시험을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먼저 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일본 정부가 바이오 의약품과 관련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치료제 개발 기간을 절반가량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툴젠 창업자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화학부 교수)은 5일 “일본 임상을 먼저 진행하는 것은 각종 규제 탓에 국내에선 최소 10년 걸리는 개발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파격적인 규제 완화를 앞세워 세계 바이오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진출을 선언한 이스라엘의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사 플러리스템과 영국의 리뉴론에 이어 한국 바이오벤처까지 일본을 최우선 임상시험 국가로 결정한 것이다.

정치논리와 일부 시민단체 등에 휘둘려 국회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등 관련 법 개정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일본 정부는 ‘바이오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의약품 및 의료기기법(옛 약사법)을 개정해 줄기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가 인체에 부작용만 없으면 효과를 완전히 입증하지 않아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바이오 치료제 상용화에 뒤처졌던 일본이 파격적인 규제 완화 덕분에 ‘바이오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한국도 하루빨리 바이오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