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보다 화웨이가 더 위협적이다.”

작년 중국 신생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급부상하자 삼성전자 고위 임원이 한 말이다. 예측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2분기 화웨이 스마트폰 부문 실적이 큰 폭으로 뛰었다. 세계 시장점유율도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해외서 질주한 화웨이…'스마트폰 파워' 중국에 넘어가나
샤오미가 장악한 시장은 중국, 중저가 제품군에 머물렀다. 화웨이는 탄탄한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 중고가 제품을 내세워 약진하고 있다. 화웨이가 샤오미보다 위협적인 이유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상반기 휴대폰 매출 급증

올해 상반기 화웨이의 스마트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72억3000만달러였다. 판매량은 39% 늘어난 4820만대를 기록했다. 상반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수요 증가율 7%를 훨씬 웃돈다.

중고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70% 증가했다.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31%, 총 수익의 42.9%를 차지했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독식해온 고가 제품 시장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전체 판매량 4820만대 가운데 해외 판매량 비중은 약 40%(약 2000만대)다. 유럽, 중동 지역 매출이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북아프리카 지역 매출은 160%가량 증가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웨이는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7.6%를 점유해 삼성전자(26.8%) 애플(16.4%)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화웨이의 고가 스마트폰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며 “올해 스마트폰 사업 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삼성·애플 위협하나

화웨이의 약진은 삼성전자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나온 성과여서 눈길을 끈다.

화웨이는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내수와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는 동안 과감하게 중고가 전략을 썼다. ‘중국산=싸구려’ 이미지를 탈피해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기도 한 화웨이는 통신장비사업을 하며 해외 통신사와 구축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스마트폰 마케팅에 활용했다. 축구에 열광하는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영국 아스날, 이탈리아 AC밀란 등 축구팀의 공식 파트너사로 나섰다. 몇 년간 공들인 브랜드 이미지 개선 작업이 최근 들어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화웨이는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구글 레퍼런스(기준) 폰인 넥서스폰을 제작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해외시장 입지가 강해지면 삼성전자와 애플에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