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최저 2만원대 초반 유심 데이터요금제 출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촉발된 이동통신사들의 휴대전화 요금 경쟁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알뜰폰 업계가 기존 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 요금제보다 1만원가량 저렴한 2만원대 초반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처음 내놓으며 휴대전화 요금 전쟁의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CJ헬로비전의 알뜰폰 브랜드인 헬로모바일은 국내 최저 요금으로 망내외 유무선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풀고, 데이터 사용량에 비례해 요금에 차등을 둔 LTE 데이터 선택 요금제 12종을 출시한다고 17일 밝혔다.

가입자 87만 명을 거느린 알뜰폰 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은 지난 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일제히 내놓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알뜰폰 고객이 이탈할 조짐이 나타나자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전격 가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뜰폰 업계에서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물꼬가 터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고, 가계 통신비 인하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알뜰폰 고객에게 기존 이통 3사와 똑같이 요금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알뜰폰의 요금 경쟁력이 강화돼 기존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고,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은 최저 2만900원(이하 부가세 별도)부터 시작하는 'The 착한 데이터 유심 요금제' 5종과 최저 2만8천900원부터 출발하는 '더 착한 데이터 요금제' 7종으로 이뤄진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고객 이탈을 막는 것을 너머 내심 기존 이동통신 3사에서 역으로 고객을 빼앗아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중고 휴대전화, 자급제 휴대전화 등 고객이 소유한 단말기에 유심만 갈아끼워 쓰는 유심 데이터 요금제는 헬로모바일 만의 차별화된 상품으로 추가 단말 구입에 대한 부담이나 약정, 위약금이 없는데다 동일 조건의 이동통신 3사의 요금 대비 최저요금이 9천원 저렴해 적지 않은 고객 유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 데이터가 사실상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유심 499요금제(월 4만9천900원), 유심 599 요금제의 경우 신규가입자에게 각각 5천원, 1만원 할인 혜택을 줘 동일한 조건의 기존 이동통신 3사에 비해 각각 1만5천원, 2만원 싸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심 데이터 요금제는 기존 이통3사 요금보다 상당히 저렴한데다 망내외에 통화 무제한 조건을 내건 까닭에 나름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며 "최근 청년 실업등의 여파로 데이터 사용에 민감한 청년층에서도 알뜰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알뜰폰의 주요 고객층은 아직 3G 휴대전화에 충분히 만족하는 장년층, 노년층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은 또한 유심을 사서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방식에 익숙치 않기 때문에 유심 데이터 요금제가 어느 정도나 파급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상응하는 'The 착한 데이터 요금제'는 최저 요금제가 동일한 조건의 이동통신 3사의 요금보다 고작 1천원 싼 2만8천900원으로 책정되는 등 전반적으로 이동통신 3사와의 요금 차별화 정도가 크지 않아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각종 제휴 할인, 멤버십 혜택 등을 고려하면 굳이 몇 천원 요금이 싸다는 이유로 알뜰폰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당초 CJ헬로비전이 2만원대 초반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는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았을 때 과연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정도로 낮은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을까 의아했는데, 결국 상징적인 차원에서 이통사의 데이터 요금과 거의 차이가 없는 요금제를 내놓는 데 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알뜰폰 업계가 아직 어느 업체도 흑자로 돌아서지 못한 채 상당한 누적 적자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 기존 이동통신 3사보다 파격적으로 낮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한편, 알뜰폰 업계 전반의 경영난을 감안할 때 CJ헬로비전에서 시작된 알뜰폰 업계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다른 업체로 확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대부분 알뜰폰 업체들이 적자에 시달리며 재투자 여력이 없는 현실이라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 가능성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있는 업체는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 정도로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업계 2위이자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는 "3G 후불 요금제를 쓰는 사람이 전체 가입자의 98%에 달해 굳이 LTE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을 전략적 이유는 없다"면서 "경쟁사의 요금제를 분석한 뒤 (데이터 중심 요금제)출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