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가제 폐지엔 SKT vs 반 SKT 신경전

"제4 이동통신이 출범한다고 해서 정부가 바라는 것처럼 과연 현재의 경쟁 구도 변화와 요금 인하가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김남 충북대 교수)
"제4 이동통신은 타성에 젖은 업계 관행을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왕 진입 장벽을 낮춘 김에 좀 더 확실히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내찬 한성대 교수)
미래창조과학부가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이동통신 시장 경쟁촉진 및 규제합리화를 위한 통신정책 방안 공청회'에서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이날 공청회는 미래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제4이동통신 진입 장벽 완화와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등 이동통신 정책과 관련해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로 미래부 담당자와 업계 전문가, 소비자단체 대표, 이동통신 3사 임원 등 이해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미래부는 이동통신 3사가 장악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경쟁을 불어넣기 위해 제4이동통신 사업자에게 ▲ 주파수 우선할당 ▲ 단계적 전국망 구축 및 로밍 의무 허용 ▲ 접속료 차등 등 정책적인 지원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 탄생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존 통신 3사가 장악한 통신시장의 기본 틀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파괴적인 이슈인 만큼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섰다.

김남 충북대 교수는 "정부가 제4 이동통신 후보자에게 주파수 등 기술적으로 큰 혜택을 주는 걸로 봐서 이번 만큼은 반드시 제4이동통신사를 탄생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 같다"며 "하지만 1개월 전 이동통신 3사가 음성 위주의 요금제를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한 마당에 제4이동통신사가 탄생한다고 해서 얼마나 요금인하 효과가 있을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을 듯 싶다"고 지적했다.

이종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실장은 이에 대해 "정부는 재정적·기술적 능력이 확실한 사업자가 제4이동통신사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종합 선물 패키지를 마련한 것"이라며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의 해외 사례로 볼 때 신규 이동통신사가 새로 경쟁에 가세하면 통신요금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존 이동통신 업계는 제4이동통신 출범에 대해 일제히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해외 사례는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신규 이동통신사의 시장 진입은)요금 인하 측면에서는 성공이지만 통신 산업 측면에서는 실패라는 시각도 있다"며 "또 그동안 이동통신업계가 알뜰폰 성장에 많은 자원을 쏟아부으며 지원해왔는데 제4이동통신과 알뜰폰의 관계 설정 등 혼란스러운 문제가 존재한다"며 신중한 정책 결정을 촉구했다.

김충성 KT 상무는 "미자격자가 시장에 새롭게 진입할 경우 시장 전체에 큰 부담을 준다"며 "또 너무 큰 혜택을 줄 경우 시장 경쟁을 왜곡시키고, 신규 사업자의 자생력 확보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 상무는 또 SK텔레콤을 겨냥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지닌 사업자가 존재하는 한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며 "제4이동통신 출범에 앞서 우선 1위 사업자의 지배력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추진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박형일 상무도 "지난 10년 간 이동통신 시장의 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5대 3대 2의 구도였으나 누적 영업이익은 8대 2대 0"이라며 "신규 사업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요금 인하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합 상품의 가구당 가입률이 85%에 달하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가 이동통신이라는 단품 만으로 어떻게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인지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참여 의사를 밝힌 우리텔레콤의 장윤식 사장은 "보다 좋은 서비스를 좀 더 싸게 제공하려면 기존의 통신3사와 똑같은 사업자를 하나 더 만드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기존의 시장 틀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혁신적, 파괴적인 사업자가 나와야 한다.

정부도 인터넷 시대에 맞는 사고로 제4사업자를 바라보고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기존 통신3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요금에 큰 차별성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통신 요금을 인하할 수 있다면 제4이통 출범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가 제4이통 진입장벽을 낮춘 것은 무자격 사업자를 억지로 집어넣을 수는 없겠으나 누구나 (이동통신시장에)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자는 것"이라며 "이날 나온 여러가지 의견을 검토해 최종 안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 점유율 1위인 통신사에 대해 요금 인상이나 새 요금제 출시, 요금 구조 변경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인 요금인가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반(反)SK텔레콤 진영으로 갈려 날선 신경전이 전개됐다.

KT와 LG유플러스측은 "요금인가제는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 인상, 부당한 가입자 차별 등을 견제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며 "폐지 시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요금을 인상하거나 자사 가입자에만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인상이 자유로워져 가계통신비가 증가하고, 후발 사업자의 혁신적 요금제 출시가 대폭 줄어드는 한편 가입자 쏠림 현상이 심화돼 제4이동통신사가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생존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요금 인가제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유보신고제 역시 인가제 폐지 시 부작용을 해소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울러 "지금도 SK텔레콤이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결합상품을 내세워 시장 지배력을 전이해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결합상품의 요금 적정성 심사 등 요금승인제가 인가제 폐지와는 별개로 계속 유지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족쇄를 하나 벗는 셈이기 때문에 내심 폐지를 반기는 입장인 SK텔레콤은 "우리로서는 인가제나 유보신고제나 부담이 느껴지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제도 개선 취지가 잘 반영돼 시장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구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K텔레콤측은 경쟁사의 협공에 대해서는 "특정 사업자가 경쟁 과정에서 심각한 경쟁 제한을 초래해야 지배적 사업자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후발 사업자들의 경영·사업상 문제를 지배력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항변했다.

통신사들의 이런 공방에 대해 강정화 회장은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3사의 요금제가 베끼기 수준으로 서로 비슷비슷하다"며 "요금 규제와 관련해서는 인가제 폐지냐 존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통신사들의 묵시적 담합을 어떻게 깰지 등을 논의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