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호 KAIST 교수(가운데)가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 전시장에서 열린  ‘재난로봇경진대회(DRC)’에서 우승이 확정되자 휴보 팀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준호 KAIST 교수(가운데)가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 전시장에서 열린 ‘재난로봇경진대회(DRC)’에서 우승이 확정되자 휴보 팀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KAIST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휴보’가 6일(현지시간) 우승을 차지한 ‘재난로봇경진대회(DRC)’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 인간을 대신할 재난수습 로봇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마련한 대회다.

2013년과 2014년 예선을 거친 6개국 24개팀이 5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 전시장에서 열린 결선에 참여했다. 우승 상금만 200만달러(약 22억원) 규모. 미국은 대회를 위해 1000억원 넘게 투자했다. DRC가 ‘로봇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KAIST 휴보는 미국 일본 독일 등 로봇 강국의 팀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해 세계 최고의 재난 수습 로봇이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첫날 고전 딛고 이룬 역전 우승

KAIST '휴보', 미국·일본·독일 제치고 세계 최고 '재난 로봇' 등극
대회에 참가한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홍콩 등 6개국, 24개팀이 제작한 각 로봇에는 △차량 운전 △차량 탈출 △문 열고 들어가기 △밸브 닫기 △벽에 구멍 뚫기 △스위치 내리기 △울퉁불퉁한 길 지나기(또는 장애물 치우기) △계단 오르기 등 과제가 주어졌다. 60분 안에 가장 많은 미션을, 가장 빠르게 수행한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방식이다. 5일과 6일 한 번씩 두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 가운데 더 좋은 점수를 최종 평가에 반영했다.

휴보는 첫날인 5일 드릴로 벽을 뚫는 과정에서 드릴이 손상돼 시간을 지체했다. 눈물을 머금고 과제를 포기했다. 이 때문에 휴보의 중간 순위는 6위에 그쳤다. 6일 재도전에 나선 휴보는 8개 과제를 실수 없이 모두 마쳤다. 소요시간은 44분28초. 8개 과제를 모두 해낸 3개팀의 로봇 중 가장 빨랐다. 2위는 미국 플로리다대 인간기계연구소(IHMC)의 ‘러닝 맨(50분26초)’, 3위는 카네기멜론대 ‘타르탄 레스큐’ 팀의 ‘침팬지(55분15초)’가 차지했다.

함께 출전한 서울대 팀의 ‘똘망 SNU’와 국내 로봇 기업인 로보티즈의 ‘똘망’은 각각 4개 과제(소요시간 59분33초)와 3개 과제(30분23초)를 수행하는 데 그치며 12위와 15위에 머물렀다. 한국계 로봇공학자로 유명한 데니스 홍 미 UCLA 교수 팀의 ‘토르’는 27분47초 동안 3개 과제를 성공시켜 똘망 SNU에 이어 13위에 랭크됐다.

○한국 로봇 우수성 입증

이번 대회에 출전한 24개팀 가운데 무려 10개팀이 한국에서 개발한 로봇 본체와 부품을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유명 로봇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이용하는 팀(7개팀)보다 많다.

최종 3위에 오른 카네기멜론대 타르탄 레스큐 팀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주립대(UNLV) ‘DRC-Hubo’ 팀도 KAIST의 휴보 모델을 채택했다. DRC-Hubo 팀 역시 이번 대회에서 6개 과제를 57분41초에 수행해 8위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4위(7개 과제·34분)를 차지한 독일 본대학 ‘님브로 레스큐’ 팀은 로보티스의 부품을 재조립해 사용하기도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