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전략회의] 또 바꾸는 'R&D 컨트롤타워'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을 통한 사업화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 참여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연내 미래창조과학부에 R&D 컨트롤타워 조직인 ‘과학기술전략본부’(가칭)도 신설한다. 미래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부 R&D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정부 R&D 예산은 18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에서 세계 1위 수준이지만 사업화 성과를 보여주는 R&D 생산성은 미국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연구 생태계에 혁신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R&D 시스템을 개편하기로 했다. 민간기업 연구 과제를 수주한 실적만큼 정부 지원금을 매칭 방식으로 지원하는 독일의 ‘프라운호퍼(Fraunhofer) 연구소’ 모델을 도입한다. 대상 연구기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생산기술연구원, 전기연구원, 화학연구원, 기계연구원, 재료연구소 등 6곳이다. R&D 수요가 많은 시장에 정부 지원금이 집중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출연연 구조조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과학기술 분야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내 중소기업전문위원회를 신설하고 연구 과제 기획시 시장 분석, 상용화 연구 분야 비즈니스 모델 제시 등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R&D사업의 평가, 기획, 예산 배분·조정을 총괄하는 정부 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연내 미래부에 과학기술전략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 때 R&D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와 비슷한 조직이다. 하지만 신설 조직이 전 부처를 총괄할 만한 위상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한 대학 교수는 “노무현 정부 혁신본부는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과기부가 예산 배분까지 맡는 구조여서 선수가 심판을 겸한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신설 조직도 비슷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혁신본부 조직을 폐지했지만 R&D 컨트롤타워 기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임기 중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과위를 없앴지만 다시 3년 만에 컨트롤타워 신설안을 들고 나왔다. 과기계 한 원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장기 비전 없이 R&D 컨트롤타워 조직을 없앴다 다시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