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미국 G4 공개행사에서 조준호 MC사업본부장(왼쪽)과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이 함께 G4를 공개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미국 G4 공개행사에서 조준호 MC사업본부장(왼쪽)과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이 함께 G4를 공개했다.
[ 김민성 기자 ] 세계적인 칩셋 제조사 퀄컴 최고경영진이 LG전자의 신작 스마트폰 G4 공개 행사장에 잇따라 등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미국 G4 공개행사에서 LG전자의 무선사업을 책임지는 조준호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장은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과 함께 G4를 공개했다.

이어 29일(한국시간)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G4 국내 공개행사에는 도진명 퀄컴 아시아 부회장(한국 퀄컴 사장)이 함께 했다. 뉴욕 행사로 자리를 비운 조 사장을 대신해 행사를 주관한 조성하 MC사업본부 한국영업담당 부사장이 직접 도 부회장을 무대로 초대해 인사말을 부탁했다.

도 부회장은 "지난 20년 이상 LG전자와 퀄컴이 긴밀한 협력 관계로 시장을 리드하는 제품을 만들어왔다"며 "G4에도 스냅드래곤 808 칩셋이 탑재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G4는 선명한 디스플레이, 더 정확해진 위치정보, 전력 효율 등 실질적이고 유용한 최고의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양사가 협력한 작품"이라며 "G4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발전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가 G4와 삼성전자의 갤럭시S6의 AP 성능을 비교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LG전자가 G4와 삼성전자의 갤럭시S6의 AP 성능을 비교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발열 논란을 빚었던 퀄컴의 스냅드래곤 810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논란을 의식한 듯한 행보라는 현장 평가였다. 퀄컴이 G4 AP 품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파트너 LG전자의 신제품 행사를 적극 지원한 셈이다.

LG전자는 초기 스마트폰 모델이었던 옵티머스G부터 최근 G시리즈까지 대다수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모바일 프로세서를 사용해왔다. G4 내 스냅드래곤 808 프로세서도 개발 초기 단계부터 양사가 광범위하게 협력했다. 특히 G4 카메라 성능 향상에 양사 엔지니어들이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은 갤럭시S6 출시 전 스냅드래곤 810 탑재 문제를 두고 삼성전자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오랜 파트너사였던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진영 최대 기대작인 갤럭시S6에 자체 개발한 모바일 칩셋 엑시노스7420을 탑재하자 퀄컴은 경쟁사인 LG전자와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냅드래곤 논란을 계기로 적(敵)이자 경쟁자로 돌아서는 분위기라면 LG전자는 우호적인 파트너사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퀄컴이 LG전자의 신제품 행사를 물심양면 지원한 또 다른 이유는 스냅드래곤810 성능 공방으로 가장 속을 끓인 업체가 LG전자였다는 점도 작용했다. 스냅드래곤 810은 국내 스마트폰 중 올 초 LG전자의 G플렉스2에 처음 탑재됐다.

곡면 G플렉스 시리즈는 LG전자 스마트폰 혁신 기술력의 상징이다. 하지만 스냅드래곤 810이 발열 논란에 휩싸이자 G플렉스2는 삼성-퀄컴 간 AP 싸움의 실체를 확인시켜줄 사실상 테스트 제품으로 전락했다. 타사 간 칩셋 논란이 LG전자의 판매고 하락 뿐만 아니라 제품 성능 및 이미지 타격으로까지 번진 셈이었다.

예상치 못한 불똥이 LG전자로 튀자 퀄컴은 이후 "G플렉스2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퀄컴 입장에서는 스냅드래곤810 발열 논란이 여간 자존심의 상처가 아닐 수 없었다. LG전자 역시 "스냅드래곤810 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스마트폰 발열은 단지 CPU 뿐만 아니라 제품 내 냉각설계나 최적화 여부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진화에 나선 바 있다.
29일(한국시간) 열린 국내 G4 공개행사장 무대에 오른 도진명 퀄컴 아시아 부회장. 사진=김민성 기자
29일(한국시간) 열린 국내 G4 공개행사장 무대에 오른 도진명 퀄컴 아시아 부회장. 사진=김민성 기자
스냅드래곤 808은 퀄컴이 810과 함께 발표한 최신 AP다. 810 대신 808을 탑재한 이유는 G4의 기능 향상 및 성능 최적화에 808이 더 효과적인 AP라는 LG전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G4 제품 설명에 나선 발표자도 G4 칩셋 최적화에 LG전자가 오랜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G4의 앱 실행 속도와 구동 안정성을 삼성전자의 갤럭시S6와 비교한 데이터도 공개했다.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7420을 탑재한 갤럭시S6보다 스냅드래곤 808 칩셋을 최적화한 G4가 성능 면에서 앞선다는 주장이었다. 용량이 큰 모바일용 3D 게임을 G4와 갤럭시S6에 각각 비교 구동하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갤럭시S6는 화면이 뚝뚝 끊기는 반면 G4는 자연스럽게 연결될만큼 성능이 좋다는 내용이었다.

LG전자 발표자는 "경쟁사(삼성전자) AP 성능에 대한 궁금증이 클 것"이라며 "벤치마크 등 정보는 스마트폰 사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극단적 조건 테스트라 실사용자들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G4 AP가 좋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최적화를 얼마나 잘하는지가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G4의 완벽함을 직접 써보고 느껴보시길 바란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