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영광 버리고…모바일 택한 MS·인텔 '부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은 PC 시대에 절대권력을 누렸다. 인텔 칩과 MS 오피스 프로그램을 내장하지 않은 PC와 노트북을 찾기 어려웠다. 영광은 영원하지 않았다. 모바일 시대 들어 구글과 퀄컴에 각각 주도권을 빼앗겼다.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다. 최근 이들이 긴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 아래 과감하게 사업 전략을 뜯어고치고 있다. 기대감에 힘입어 주가도 개선되는 추세다.

◆과거 성공 전략을 버려라

빈스 켈렌 미국 켄터키대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아이폰에서 MS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이메일에 접속한다. 아이폰의 iOS용 아웃룩은 그의 구글 앱과도 연동된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MS에서 이런 소프트웨어가 나올 줄 상상도 못했다. 윈도 스마트폰에서 이용하던 아웃룩보다 성능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MS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PC용 윈도 소프트웨어 업체란 이미지를 벗고 모바일 클라우드 업체로 서서히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평이다. 변신의 뒤엔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그는 작년 2월 취임 이후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 등 경쟁사 기기에서도 오피스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AT&T와 손잡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기반 모바일 협업 솔루션인 스위트를 내놓는 등 다양한 모바일 앱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한때 이용자가 10억명에 달하던 웹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도 버리기로 했다. 모바일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올가을 내놓는 새 운영체제(OS) 윈도10에 적용하는 브라우저 이름은 IE가 아니다. 모바일 환경에 맞는 브라우저를 개발하기 위해 ‘스파르탄’이라고 이름 붙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인텔도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작년 초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는 연간 4000만대의 태블릿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 1000만대에서 3000만대 늘려 잡은 것으로 무리한 목표란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인텔은 목표를 달성했다.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한 전략이 적중했다. 중국 저가 조립식 태블릿PC인 화이트박스 시장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인텔은 애플에 이어 태블릿 AP 시장점유율 2위에 안착했다.

자신감을 회복한 인텔은 서서히 고급형 시장의 문도 두드리고 있다.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모바일 AP 신제품 ‘아톰X’ 시리즈를 선보였다. 최근엔 애플이 내년 시판되는 아이폰에 인텔 LTE 모뎀 칩을 장착할 것이란 설도 흘러나왔다. 애플은 그간 퀄컴 LTE 모뎀 칩만 사용해왔다.

◆모차르트보다 살리에리

MS와 인텔의 부활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과거의 성공 전략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했다는 점이다. MS는 폐쇄적인 소프트웨어 유료 모델을 버리고 개방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인텔은 과거 성공 전략인 고급형 시장 전략을 포기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저가형 시장부터 시작해 서서히 시장을 넓혀나가기로 했다.

모바일 시대 강자인 삼성전자 등과 협업에 나선 것도 공통점이다. MS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6에 원노트 원드라이브 오피스365 등을 선탑재하는 등 협력 관계 강화에 나섰다. 인텔은 삼성전자와 모바일 OS 타이젠 연합을 주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모차르트보다 살리에리 CEO가 통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천재형 CEO가 다시 나타나길 기다리며 손 놓고 있기보다 시대에 걸맞은 실용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건실한 CEO를 내세워 재기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