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눈 돌린 NHN엔터 '이준호 사단' 뭉쳤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의 핵심 임원 두 명이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그중 한 명은 2013년 네이버에서 분리된 NHN엔터테인먼트로 옮겼다.

이들은 데이터 분석과 검색 전문가로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사진)이 네이버에 있을 때부터 ‘이준호 라인’으로 분류된 측근으로 알려졌다.

NHN엔터는 네이버의 게임사업부였던 한게임이 분리·독립한 회사지만 최근 비(非)게임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번 네이버 임원 영입도 그런 흐름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두 임원의 사퇴는 예상했던 수순”이라며 “핵심 개발자 유출이나 NHN엔터와의 불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네이버 핵심 임원 영입

최근 네이버를 나온 두 임원은 김동욱 플랫폼본부장과 이윤식 검색본부장이다. 이들은 올 1월 네이버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본부제를 폐지하기 전까지 최고경영자(CEO) 바로 아래 조직인 플랫폼본부와 검색본부를 이끌었다.

김 전 본부장은 NHN엔터테인먼트 페이코 사업본부장(이사)으로 자리를 옮겼다. NHN엔터가 새로 진출한 간편결제 사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이 전 본부장은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이준호 라인으로 불린다. 업계 관계자는 “이 의장은 네이버 검색을 만든 당사자로 네이버 핵심 개발자 상당수를 직접 키웠다”며 “반면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전략에 치중했고 일본 사업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눈 돌린 NHN엔터 '이준호 사단' 뭉쳤다
이미 상당수 개발자가 네이버에서 NHN엔터로 건너왔다. NHN엔터 데이터과학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유원 총괄 이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국내 최고의 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네이버 데이터정보센터장을 지내면서 빅데이터 기술을 연구했으나 2013년 이준호 의장을 따라 NHN엔터로 옮겼다.

NHN엔터 기술센터장을 맡고 있는 진은숙 총괄이사도 이때 옮겨왔다.

네이버 관계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을 거친 송창현 네이버랩스센터장이 올 1월부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어 기술 개발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30여 모바일 게임 절반 정리

지난해 수천억원을 들여 전자상거래와 간편결제 분야 기업을 적극 인수했던 NHN엔터는 네이버 핵심 기술 임원까지 영입하면서 신사업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사업 비중은 줄이기로 했다. NHN엔터는 현재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30여종 중 절반가량을 정리한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곽대현 NHN엔터 홍보팀장은 “수익이 나지 않는 게임을 정리해 새로 나올 게임에 자원을 쏟아주려는 것일 뿐 게임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게임과 비(非)게임사업 비중을 50 대 50으로 맞춰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NHN엔터의 게임사업 비중은 PC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합해 90%가 넘는다. 하지만 고스톱·포커류의 보드게임 규제와 모바일게임 시장 경쟁 심화로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은 113억원으로 2013년 1790억원에서 크게 줄었다.

NHN엔터는 신사업 가운데 올해는 간편결제를 성공시키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작년 11월 한국사이버결제 지분 30.2%를 642억원에 인수했고, 올해 KB국민카드와 간편결제를 위해 제휴를 맺었다. 4월께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해 가입자 확보에만 올해 1500억원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간편결제 등 신사업에 다른 경쟁자들이 이미 뛰어들고 있어 비게임사업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역직구 전자상거래와 간편결제는 이미 경쟁 업체가 대거 출현하고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