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 Mobile] 인스타그램 '글로벌 열풍'…네이버·다음카카오, 사진 SNS 쏟아내
“인스타그램은 부담이 적어요.” 22세 대학생 이혜정 씨는 요즘 인스타그램에 푹 빠졌다. 처음엔 걱정이 컸다.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데 사생활이 쉽게 침해되진 않을까, 화려함 위주의 너무 경박한 분위기이진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막상 써보니 페이스북보다 편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열린 공간이라기보다 친구나 지인에게 둘러싸인 닫힌 공간이란 느낌이 강했다”며 “그래서 페이스북에선 글이나 사진을 남길 때 항상 부담을 느꼈는데 인스타그램에선 그런 게 없어 좋다”고 했다. 여행 가서 찍은 풍경 사진을 올려놓으면 모르는 외국인이 와서 ‘멋지다’라고 댓글을 달아주는 등 사진 한 장만으로도 소통이 이뤄지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사진 SNS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 페이스북이 인수했던 인스타그램은 지난 연말 월간활동사용자(MAU)가 3억명을 돌파했다. 가입자가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이상 인스타그램을 쓰는 사용자가 3억명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트위터의 MAU 2억8400만명보다 많다.

국내에서도 뒤늦게 사진 SNS 출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는 다음달 사진 SNS 폴라를 출시할 계획이다. 정식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 25일부터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2위 업체인 다음카카오도 쨉이라는 사진 SNS를 지난달 내놓았다.
[Smart & Mobile] 인스타그램 '글로벌 열풍'…네이버·다음카카오, 사진 SNS 쏟아내
◆네이버·다음카카오도 사진 SNS 출시

인스타그램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내 사진 SNS들도 나름의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다. 시범 서비스 중인 네이버의 폴라는 ‘관심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인스타그램에선 부차적 기능이었던 해쉬태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해쉬태그는 사진이나 게시물의 성격을 이용자가 직접 지정하는 기능이다. #고양이 #해외여행 #영화 등으로 지정하면 된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이 해쉬태그를 누르면 같은 해쉬태그로 지정된 사진들을 모아볼 수 있지만, 폴라는 이보다 한발짝 더 나아갔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켜 처음 뜨는 화면이 바로 이런 해쉬태그의 모음이다. 덕분에 이용자는 처음부터 자신이 관심있는 사진만 모아 볼 수 있다. 또 이용자 개인을 팔로 할 수도 있지만 이 해쉬태그를 팔로해 사진을 구독해 볼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이미지와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라며 “기존 SNS가 지인과의 관계에 기반한 서비스라면 폴라는 전혀 모르는 타인들과도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면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는 SNS”라고 강조했다.

다음카카오의 쨉은 전송한 사진과 동영상이 24시간 후에 사라지는 ‘휘발성’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미국 1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스냅챗과 비슷한 기능이다. 스냅챗은 최대 10초 이내에 메시지가 삭제되지만 쨉은 24시간으로 이보다 길다. 메시지는 문자가 아닌 사진과 동영상으로만 보낼 수 있다. 답답할 수도 있지만 ‘말’보다는 ‘느낌’으로 소통하는 신세대를 겨냥한 SNS다.

◆브랜드 충성도 높은 10대 청소년 확보

[Smart & Mobile] 인스타그램 '글로벌 열풍'…네이버·다음카카오, 사진 SNS 쏟아내
인터넷 업체들이 사진 SNS를 새로 내놓은 이유는 10대 청소년 이용자를 잡기 위해서다. SNS는 결국 광고로 수익을 얻는데 광고주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는 10대 청소년이다. 10대와 20대 초반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는 평생 지속된다는 것이 광고계의 속설이다. 이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서는 10대와 20대 젊은 층이 많이 쓰는 SNS에 좀 더 많은 돈을 쓰려고 한다.

세계 최대 SNS인 페이스북이 2012년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고 지난해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인수한 것도 10대 청소년이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미국의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10대와 20대들은 인스타그램을 가장 좋아하는 SNS로 꼽았다. 2위는 트위터, 3위는 페이스북이었다.

국내에서도 사진 SNS로의 이용자 이동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트래픽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국내 월간 순방문자(UV)는 2013년 2월 26만여명에서 올 1월 428만여명으로 대폭 늘었다. 연령별로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지만 대부분이 10대와 20대 젊은 층인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는 같은 기간 1732만명에서 1861만명으로 8%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내 기업의 SNS 중에선 다음카카오의 카카오스토리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외산 서비스의 공세에 위협을 받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는 마땅한 SNS가 없어 고민이 더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사용 패턴이 검색에서 SNS로 넘어가면서 미국에서도 페이스북의 광고 수익 성장세가 구글을 앞서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10대 청소년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감각적인 SNS를 확보하는 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