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현 SK텔레콤 사장 "탈통신으로 신성장…스타트업 생태계 만드는 기업 변신"
“고객이 원한다면 굳이 통신기업으로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 참석한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통신기업이라는 굴레에 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의 탈(脫)통신 선언이었다.

장 사장은 이 같은 비전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찾았다. 실제로 그가 MWC 행사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이스라엘의 사물인터넷(IoT) 관련 스타트업이었다. 그는 “모든 서비스를 스스로 다 하려는 기존 통신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수백만 가지 서비스가 나올 IoT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시장의 수요에 가장 치열하게 대응하는 스타트업을 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최근 개발한 개방형 IoT 플랫폼 ‘모비우스’는 이 같은 고민의 결과다. 정 사장은 SK텔레콤 사장에 발탁되기 전 자회사인 SK플래닛에 10개월간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설명했다. 그는 “통신기술 위에 다양한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 있어 보니 통신사와는 다른 관점을 이해하게 됐다”며 “통신사의 역할과 플랫폼 기업의 역할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치 충돌은 ‘사용자의 만족’을 맨 앞에 두고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SK텔레콤이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 중 성과를 보이는 핵심 서비스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플랫폼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 말고도 여러 방식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일굴 수 있다. 예컨대 제품은 좋은데 홍보나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제품을 SK텔레콤이 대신 팔아줄 수 있다. 국내 벤처기업인 이노아이오는 달걀 크기의 소형 빔프로젝터를 만들었지만 기존 방문판매 교사 위주의 판매망이 사라지자 위기에 처했다.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국내외 마케팅을 모두 SK텔레콤이 맡기로 하면서부터였다. SK텔레콤 직원들은 홈쇼핑 대형마트 전자제품점 항공사 등을 직접 찾아다녔다. 기회는 캠핑 전시장에서 찾아왔다.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사진·영상을 투사할 수 있다는 점이 캠핑족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것. 이후 홈쇼핑에선 1시간 만에 1500대가 다 팔렸고 온라인 쇼핑몰, 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강화되고 있는 망중립성 결정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장 사장은 “망은 누구나 차별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망중립성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세부 조건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