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 케이블TV 업체 씨앤앰, 매각 절차 본격화…비싼 가격·노사 갈등·中 기업 참여 여부가 변수
수도권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씨앤앰의 매각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방송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간 정체 상태이던 유료방송업계에 근본적인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걸림돌은 적지 않다. 우선 덩치가 너무 크다. 씨앤앰이 기대하는 가격은 2조원이 넘는다. 노사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자회사인 씨유미디어를 통한 ‘원스톱’ 콘텐츠 공급 능력은 중화권 등 해외 사업자에 매력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여전한 가격 차

씨앤앰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최근 잠재적 인수 후보 기업들에 투자안내문을 발송한 것이 알려진 뒤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투자안내문 발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씨앤앰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소유한 MBK파트너스 등의 펀드 만기가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이번 매각 절차는 한층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내문을 받은 기업은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업계, 전략적투자자(SI), 재무적투자자(FI), 해외 기업 등 50여곳이다. 매각 얘기가 나올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는 늘 케이블TV 업계 1, 2위인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가 꼽혔다.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는 IPTV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소유한 KT가 750만가구를 확보해 2위인 CJ헬로비전(410만가구)과 300만가구 넘게 차이 나는 확고한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CJ헬로비전이나 티브로드(330만가구)가 씨앤앰(250만가구)을 인수하면 각각 660만가구와 580만가구를 확보하게 돼 KT와 ‘양강’ 구도를 이루게 된다. 정체된 유료방송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씨앤앰이 디지털 전환율이 높은 수도권 지역을 커버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매각 주체와 잠재적 매수 기업 간 현저한 희망 가격 차이가 발목을 잡고 있다. 씨앤앰 매각 대상 지분(93.81%)의 예상 인수 가격은 2조5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잠재적 매수 기업들은 침체 상태에 빠진 케이블TV 업계 현황과 성장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매각 당시인 2008년에 비해 가입자도 50만여명밖에 늘지 않았다.

◆중국 기업 인수전 뛰어들 수도

지난 수년간 씨앤앰 매각과 관련된 물밑 협상은 지속돼 왔다. 이번 매각 절차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전후해 새로 등장한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지난해 불거졌던 노사 갈등이 그 중 하나다. 씨앤앰 협력업체 직원들은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다 지난해 말 씨앤앰과 노동조합, 협력업체로 구성된 3자 협의체가 합의에 이르러 농성을 마무리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는 게 맞지만 인수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합병하고 우회상장에 성공한 PP 자회사 씨유미디어는 매력적인 요인이다. 씨유미디어는 지난해 10월 콘텐츠 사업 지주회사인 IHQ와 합병하고 지난달 우회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매각작업을 진행 중인 한 관계자는 “한류 콘텐츠 공급·제작·유통에 이르는 ‘원스톱’ 콘텐츠 공급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중국 등 해외 사업자의 눈길도 끌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가 컨소시엄을 이뤄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