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가 밝은 지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은 1990년대의 감성으로 가득하다. 지난 12월 27일과 1월 3일에 방영된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기획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가 남겨두고 간 여운 때문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게임에서도 90년대의 감성이 듬뿍 담긴, 그야말로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게임이 있다. 바로 넥슨이 서비스하는 '바람의나라'이다. '바람의나라'와 '토토가'의 공통점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을 담고 있다는 것.

추억에 젖어 '밤과 음악 사이(90년대 음악이 나오는 클럽)'에서 뜨겁게 불태우고 싶은 1월 9일, 경기도 성남 판교 넥슨 사옥에서 박웅석 '바람의나라' 디렉터를 만났다. 그는 '바람의나라'의 찬란했던 90년대를 추억하며 일과 게임 사이에서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열혈 개발자이자 게이머다.

[인터뷰] 바람의나라,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

그와 함께 초창기 '바람의나라' 속 추억팔이를 하며 19년 전을 회상하기도 하고, '서비스 종료할까봐 걱정돼요'라며 글을 올리는 유저들을 안심시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박웅석 디렉터와 함께 '바람의 나라'의 19년 전과 지금, 미래의 모습까지 그려보자.

■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배경음악과 '뺑' 소리의 사운드'

먼저 박 디렉터는 무려 2000년도에 입사해 넥슨에서 15년동안 '바람의 나라'를 비롯한 클래식 RPG를 개발 중이다. 모뎀 연결음을 들으며 게임을 하느라 전화비만 20만원을 찍기 일쑤였던 그는 '넥슨 개발1실에서 시작했다. '바람의나라'는 2000년대에 처음 맡고, 이후에는 다른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그러다가 2010년 다시 맡게 되었다'고 전했다.

입사 초기에 맡아 강산이 바뀐다는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 다시 돌아온 만큼 박 디렉터에게 '바람의나라'는 특별하다. 옛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토토가를 보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물론 '바람의나라'에서도 추억이 있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던 부여 배경음악과 '뺑' 소리의 이모티콘 사운드 등이 그리워 다시 찾게 된다. 게시판을 보며 유저들도 비슷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바람의나라'의 개발자인 동시에 유저이기도 한 그는 종종 오프라인 유저 모임에 개발자인 것을 숨기고 순수한 마음으로 함께 즐기기 위해 참석한다고 한다. '몇 번 나가봤다. 워낙 '바람의나라'에서는 문파들이 세대별(?)로 잘 되어있기 때문에 가서 재밌게 논다. 함께 밥도 먹고, 게임방도 가고, 술도 마시며 즐겁게 보낸다.'

■ ''바람의나라'와 함께 추억에 잠기고, 지금도 추억을 만들어가는 유저들'

2030이 토토가를 보며 흥겨웠던 동시에 울컥했던 이유는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음악을 들으며 당시의 추억 속에 잠길 수 있었기 때문이고, 하나는 그 시절 자체가 찬란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바람의나라 1996' 버전을 복원시킨 일이 있었다. 현재 당시 즐기던 유저들 정보까지 모두 복원이 완료되어 있다. 박 디렉터는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지만, 유저분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구 버전에 대한 추억들은 이미 게시판만 봐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바람의나라,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

▲ '바람의나라' 1996년(위)-2015년

이어 '유저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96년도 버전뿐만 아니라 98년, 2000년도 내달라는 것. 자신이 가장 열심히 플레이하던 때가 궁금하신 것 같다. 또 다른 하나는 '지금의 바람의나라가 굉장히 달라졌구나'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끼신 것 같다. 꾸준히 플레이하신 유저분들의 경우, 2D에 도트 그래픽이 똑같으니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신다. 하지만 정말 달라졌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2013년 12월 13일에는 유저들의 에피소드를 모아 '응답하기 바람'이라는 겨울방학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과거 캐릭터 사망시 남겨진 아이템을 '죽은자의 온기'로 표현했던 에피소드부터, 다른 유저의 이동을 방해하는 '길막기', 사망한 캐릭터 위에 오랜시간 체류하며 주인공이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했던 '체류하기'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박 디렉터는 '당시 '응답하기 바람'을 접한 유저들은 추억을 되새기며 많이 돌아왔다. 특히 옛날 문파들을 찾으며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었다. 게임을 플레이했던 당시의 구성원들을 찾아 함께 소식을 나누는 것'이라 전했다.

[인터뷰] 바람의나라,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

▲ '바람의나라' 1996년(위)-2015년

또한 2013년 7월에는 '땡큐 바람, Hug 데이'로 오프라인 전국 투어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주말마다 서울과 인천을 시작으로 대전, 광주, 부산, 부산에서 유저들은 만나 개발자들과 직접 이야기도 나누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박 디렉터는 ''바람의나라'를 개발한 사람들 얼굴이 보고싶어서 왔다며 정말 얼굴만 보고 가신 쿨한 어르신도 계셨고, 부산에서는 어머니와 아들이 와서 당연히 아들이 유저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어머니가 유저로 유명한 랭커셔서 놀란 적도 있다. '이분이 이 분이었냐'며 사진도 찍었다. 물론 게임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해 아이를 가진 상태로 온 부부도 있었다. 지금쯤이면 아이가 이미 태어나 한 살이 넘었을 것'이라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바람의나라'에서는 워낙에 문파별 커뮤니티가 돈독해서 꼭 이런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전국적으로 50대 이상 유저끼리 커뮤니티도 있고, 지역을 넘나들며 모인다고 들었다. 잊고 살다가도 생각나면 접속해서 혹시 살아있냐 접속한다. 워낙 오래된 유저들이 꾸준히 접속해서 가능한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20년 가까운 방대한 콘텐츠로 매년 기네스 기록을 세우는 중'

'바람의나라'는 추억도 있지만,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방대한 콘텐츠가 쌓여있는 게임이다. 특히 2011년 전 세계 최장수 상용화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람의나라'는 매년 스스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인터뷰] 바람의나라,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

박 디렉터는 '2200만 누적 사용자 기록과 더불어 2005년 무료 서비스 전환과 함께 동시 접속자수 13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더 이상은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계산법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 같다'며 은근한 자랑을 했다.

포털에서 '바람의나라'를 검색하면 '서비스 종료할까봐 걱정돼요'라는 글이 있다. 워낙에 오래된 만큼 수명이 다할까봐(?) 걱정하는 열혈 유저의 글로 추정된다. 박 디렉터는 '요즘도 개발팀은 밤새 일을 하고 있다. '바람의나라' 때문에 4일동안 집에 못간 사람도 있고, 최근엔 신입 분들도 오셨다. 앞으로 더 잘될 것이니, 걱정은 잠시 넣어두셔도 좋다'며 안심시켰다.

[인터뷰] 바람의나라,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

▲ 사진 출처=MBC '무한도전' 홈페이지
토토가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90년대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2030 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기자 역시 최근 음악 어플의 재생목록을 핑클의 '영원한 사랑'과 H.O.T의 '캔디' 등으로 가득 채웠다.

하지만 게임은 음악과 조금 다르다. 음악은 당시의 감성이 앨범 안에 박제되어 있지만, 게임은 계속해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라이브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은 여배우의 성형 전, 후를 보는 것과 같을 정도로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옛날부터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의 감성을 지켜주며, 지루하지 않도록 신선함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박 디렉터는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공격적으로 변화를 주기도 하고, 기존 스타일에 융화되기도 한다. 온라인은 밸런싱의 싸움인 것 같다. 최근 '완전무장' 업데이트 역시 기존에 유저가 보유하고 있던 아이템으로 새로운 아이템 세트를 만드는 등 밸런싱 줄다리기의 일부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규 콘텐츠로 수룡과 화룡, 흑룡을 넣었다. 유저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현재 흑룡이 준비 중이며, '바람의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강한 보스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 뭘 추가하려고 해도 이미 다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걱정 아닌 걱정에, 박웅석 디렉터는 '사실이다. 새로운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고서를 직접 찾아보기도 한다. 지난해 여름에는 고조선과 고구려, 부여 등 역사의 흐름에 맞춰 시나리오를 만들어 넣기도 했다. 우리만의 재해석을 통해 설명하며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이제 20주년을 맞이하는 '바람의나라'인 만큼, 혹시 특별한 행사를 준비 중인지 살짝 물어보자 '물론이다. '바람의나라'는 특히 넥슨의 첫 번째 20주년 게임이다. 그만큼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니 기대해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인터뷰] 바람의나라,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

올해로 꼭 서비스 19주년을 맞이한 '바람의나라'는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가장 오래된 게임이고, 앞으로도 계속 오래될 게임이다. 박 디렉터는 '20주년 이상을 유저와 함께 나아갈 생각이다. 유저들이 사랑과 관심을 갖는 한,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와 시스템을 만들 예정이니 지켜봐주시길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 박웅석 디렉터는?

2000년 넥슨 클래식 RPG 디렉터
2010년 넥스토릭 클래식 RPG 디렉터
2013년~ 넥슨지티 클래식 RPG 디렉터

바람의나라, 어둠의 전설, 일랜시아, 에버플래닛, 테일즈위버, 아스가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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