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융합이 돌파구 (1) IoT와 자동차 혁명

스마트폰 대중화로 센서칩 싸져…무인·전기차 주도권 IT기업이 쥘수도
CES 2015에 車관련업체 470여곳 참여…포드·벤츠·보쉬 회장 기조연설
제조업·서비스업 융합도 대세…GE, 모든 제품 클라우드로 연결
에릭슨, 통신장비 SW기업 전환…한국 기업들도 IoT 시대 대비해야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 마련한 부스 넓이는 1만5000㎡. 4~5년 전의 갑절 규모다. 같은 기간 이 행사에 참가한 완성차 업체 수도 5개에서 10개로 2배가 됐다. 자동차 부품 등 생산업체까지 포함하면 올해 자동차 부문에서 참가한 업체는 470여개다. 불과 1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났다.

양적으로만 증가한 게 아니다. 올해 행사에서는 디터 체체 다임러 회장과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CEO) 등이 기조연설을 한다. 베르너 스트루스 로버트 보쉬 회장도 산업 혁신을 주제로 강연한다.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전자업체의 전시장이나 CEO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자동차 원가서 전자부품 차지비중 2020년엔 70%

[한계돌파] 센서칩·인터넷으로 움직이는 무인車…IoT 혁명을 몰고 오다

자동차가 가전전시회에 핵심 모델로 등장한 이유는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정보기술(IT)이 늘고 있어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볼 수 없던 자동 주차 시스템이나 긴급 제동 등이 대표적이다. 앞차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정속 주행을 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이탈 경보 기능도 IT와 자동차가 만나 만들어낸 기술로 꼽힌다.

자동차와 IT의 융합으로 자동차 원가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2002년 20%였던 이 비율은 2010년 32%로 증가했다. 올해 40%가 넘고 2020년엔 70%로 뛸 것으로 전망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미래의 자동차로 불리는 전기자동차나 자율주행차는 더하다. 올해 CES의 핵심 화두인 사물인터넷(IoT)을 빼놓고는 자율주행차를 얘기할 수 없을 정도다.

자동차가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하려면 자동차끼리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차 안에 수많은 센서칩과 인터넷 시스템을 장착해야 한다. 그동안은 센서칩의 가격이 비싸 IoT는 꿈도 못꿨다. 그러나 스마트폰 대중화로 센서칩 수요가 폭증하면서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 센서칩 값이 싸졌다. 자동차 등에 IoT 융합이 가능해진 배경이다.

2013년 기준으로 1조5000억개인 IT 기기 중 서로 연결된 기기는 100억개. 전체 IT 기기 중 0.6%만 서로 연결돼 있고 99.4%는 단절돼 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자율주행차 등이 상용화되면 IoT 시장 규모도 폭발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IoT 시대가 오면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완성차 업체에서 IT 업체로 옮겨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경쟁력 결합 … 다른 제조업도 IoT 혁명

전기차 대중화도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어 놓을 변수 중 하나다. 우선 전기차에는 관련 부품 수가 가장 많은 엔진과 변속기가 필요 없다.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에 해당하는 모터와 배터리만 있으면 차를 만들 수 있다. 전기차 시대에는 IT 업체가 자동차 메이커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IT 융합은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다른 제조업의 경쟁 양상도 바꿀 수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결합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대표적 예다. GE는 모든 제조업 제품을 클라우드로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개별적으로 수행하던 빅데이터 분석과 자산관리, 보안 등을 모두 통합하고 있다.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도 스스로 제조업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SW) 업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장비 판매에서 장비 유지 보수와 SW 업그레이드 형태로 전환했다.

최명호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IoT 시대에 한국 제조업이 계속 성장하려면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성능에 SW 경쟁력을 결합해야 한다”며 “차세대 제조업에 필요한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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