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모바일 쇼핑 시장 22조] 스마트폰에 펼쳐진 이마트 진열대…GS홈쇼핑, 이젠 '폰쇼핑' 업체
지난 16일 열린 롯데백화점의 내년도 경영전략 회의의 핵심 의제는 모바일 영업 전략이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의 기능을 강화해 기존 백화점 영업망과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오프라인 유통의 최강자인 롯데백화점도 모바일 쇼핑 시장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한 임원은 없었다. 홈쇼핑 업체인 GS샵은 TV와 PC 중심의 ‘가로형 사고’에서 벗어나 모바일 중심의 ‘세로형 사고’로 무장해야 한다는 허태수 부회장의 지침에 따라 ‘모바일 중심 혁신’을 내년 전략으로 정했다.

유통업체들이 모바일 쇼핑 시장을 두고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에 기반을 둔 기업은 물론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까지 앞다퉈 모바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1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내년 22조원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바일 쇼핑 시장은 유통업계의 최대 성장 분야다.
[내년 모바일 쇼핑 시장 22조] 스마트폰에 펼쳐진 이마트 진열대…GS홈쇼핑, 이젠 '폰쇼핑' 업체
○대형마트 신선식품도 모바일로 구매

이마트는 지난 9월 스마트폰에서 실행하는 ‘이마트 가상스토어’를 선보였다. 대형마트 진열대를 스마트폰 화면에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앱을 실행해 ‘쇼핑 시작’ 버튼을 누르고 ‘신선식품’ ‘유제품’ 등 상품군을 선택하면 대형마트 진열대처럼 상품 사진과 상품명, 가격표가 두 줄로 펼쳐진다. 오프라인 매장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제공해 모바일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도 쉽게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이마트는 모바일 매출이 지난해 50억원에서 올해는 연말까지 5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15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 모바일 쇼핑 시장 22조] 스마트폰에 펼쳐진 이마트 진열대…GS홈쇼핑, 이젠 '폰쇼핑' 업체
GS샵은 내년 모바일 취급액 목표를 1조5000억원으로 정했다. 8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올해 실적의 2배 가까운 수치다. 이러면 GS샵의 모바일 거래금액은 전체의 43%로 TV 홈쇼핑을 통한 거래액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TV 홈쇼핑’으로 출발한 GS샵이 ‘폰쇼핑’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수원점에서 시행 중인 모바일 위치 기반 서비스를 내년 42개 전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절대강자 없이 엎치락뒤치락

모바일 쇼핑은 유통업계의 경쟁 패러다임을 바꿔 놓고 있다. 지금까지 유통업체들은 백화점은 백화점끼리, 대형마트는 대형마트끼리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모바일 쇼핑 시장에서는 이 같은 유통 채널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모바일 소비자는 채소를 사기 위해 굳이 대형마트 앱을 찾지 않는다. 오픈마켓이 운영하는 앱에서도 채소를 손쉽게 살 수 있어서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 등 대부분 유통 업종이 상위 3개 기업 중심의 과점 체제로 굳어진 반면 모바일 쇼핑 시장은 아직 독보적인 강자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업체 중 모바일 방문자 수 1위는 쿠팡이었다. 하지만 올 2분기 11번가가 쿠팡을 추월했다. 4분기 들어서는 GS샵이 11번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예전에는 다른 오픈마켓이 무엇을 하는지만 신경썼다”며 “이제는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움직임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 치열해지는 가격 경쟁

모바일 매출이 증가하면서 유통업체 간 가격 경쟁도 치열해졌다. 가격 비교가 쉬워진 만큼 경쟁 업체보다 싼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 소비자를 잡기 어렵다. 더구나 유통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쿠폰 할인 등을 제공하고 ‘핫딜’이라는 이름으로 50% 이상의 파격 할인 판매도 자주 한다.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유통업체들은 수익성이 떨어져 고민이다. 홈쇼핑 기업들의 TV 부문 영업이익률이 6~8%인 데 비해 모바일 부문 영업이익률은 2~3%에 불과하다. 남옥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초기 투자와 마케팅 비용 부담으로 유통업체들이 모바일에서 아직 큰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