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정부 3.0] 공공DB 활용 76%가 버스노선·택배…벤처 "쓰레기 정보뿐"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 서비스가 기업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정부 3.0이라는 의욕적인 간판을 걸고 추진한 정책이지만 수요자인 벤처 기업들은 불만이 적지 않다. 돈이 될 만한 데이터는 찾기 어렵고 그나마 있는 데이터는 활용하기 힘든 형태로 제공되고 있어서다. 공공데이터포털(www.data.go.kr)을 운영하는 한국정보화진흥원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데이터 접근 관문인 포털의 구조가 공급자 위주인 것이 사실”이라며 “수요자가 쉽게 데이터를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사이트를 개편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수요자 아닌 공급자 위주 정보

공개된 공공데이터가 민간에서 제대로 쓰이지 못하는 것은 데이터 공개 시점이나 형식 등이 수요와 동떨어져 있어서다. 학교 알림장 서비스인 아이엠스쿨을 운영하는 정인모 아이엠컴퍼니 대표는 “중소기업청이 제공하는 소상공인 창업·폐업 데이터는 수요에 맞춰 월별·분기별로 업데이트돼야 하는데 연말에 한꺼번에 제공돼 사실상 필요없는 정보”라며 “그저 실적만 채우기 위해 데이터를 개방하는 관료주의적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차장 정보 서비스인 모두의주차장을 운영하는 강수남 대표도 “제공되는 데이터의 규격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실제 활용하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개방된 공공데이터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다. 서울데이트팝 서비스를 제공하는 텐핑거스의 신동해 대표는 “어떤 기관에서 어떤 데이터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안내를 찾기 힘든 것도 공공데이터 활용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업데이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는 공공데이터(개방형 응용프로그램 개발 형식·오픈API) 가운데 지난 1년간 민간에서 활용된 정보의 76%는 버스 운행과 택배 도착 정보였다. 시행 초기보다 비중이 다소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활용되고 있는 공공데이터가 특정 정보에 집중돼 있다.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 없어

정부나 공공기관이 어떤 데이터를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병원 정보를 제공하는 메디라떼의 이희용 대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방대한 양의 의료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잘 제공하지 않는다”며 “제공 가능한 데이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임의적인 공개 때 생길 수 있는 책임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데이터 공개 자체를 꺼린다”고 말했다. 그나마 심평원과 공동 개발 중인 서비스에 대해서도 국정감사에서 “민감한 의료정보를 민간에 제공한다”는 호통이 나왔다. 심평원이 메디라떼에 제공한 정보는 개인정보가 들어 있지 않은 단순한 질병 통계 데이터였다. 강수남 대표는 “공무원들이 공공데이터를 왜 개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공공기관이 스스로 데이터 공개의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제대로 된 서비스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3.0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공공데이터를 공개해 민간이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공약 중 하나다. 2009년 고등학생이었던 유주완 군이 서울·경기 지역의 버스 운행 데이터를 가져다 스마트폰 앱 ‘서울버스’를 만든 게 공공데이터 활용 대표 사례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