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해저 광케이블을 총괄 운영하는 통합관제센터가 한국에 들어선다. KT는 21일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열리는 부산에서 아시아 9개국을 잇는 세계 최대 국제 해저 광케이블 ‘APG(Asia Pacific Gateway)’ 통합관제센터 문을 열었다.

APG는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9개국을 잇는 1만1000㎞의 해저 광케이블이다. 2015년 말 구축이 완료된다. 전송 용량이 초당 38.4테라비트(Tb)에 달해 세계 최대 규모다. 500만명이 동시에 HD급 영상을 볼 수 있으며, 700메가바이트(MB) 용량의 영화를 1초에 7000여편 보낼 수 있다. 관제센터는 해운대구 송정동에 마련됐다.

차이나모바일 NTT도코모 페이스북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한 9개국 13개 사업자 가운데 KT가 총괄운영권을 따냈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부사장)은 “지난 30여년간 국제 해저 케이블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인터넷 트래픽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KT의 국제 인터넷 트래픽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9% 늘어났다. 인터넷 트래픽이 발생하는 중심축은 북미 지역에서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다. APG가 완공되면 기존 해저 케이블보다 두 배 이상 빠른 ‘해저 인터넷 고속도로’가 생기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인터넷월드스태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등 APG로 연결되는 9개국의 인터넷 가입자는 9억명이다. 아시아 전체 13억 인터넷 가입자의 약 70%에 달한다. 전 세계 가입자 28억명의 32%다. APG 구축으로 동북아 지역 인터넷 이용자들이 다양한 콘텐츠 전송에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인프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APG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기존 해저케이블 대비 두 배 이상 빠르다. 오 부문장은 “APG로 국가 간 인터넷 대역폭이 커져서 훨씬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며 “편도 4차선 도로를 8차선 도로로 확장하면 차량 흐름이 훨씬 원활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이 사업엔 9개국 13개 사업자가 컨소시엄을 이뤄 6000억원을 투자, 구축에 참여했다. 한국의 KT,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일본의 NTT도코모, 미국 페이스북 등이다. NTT도코모가 10%대의 최대 지분율로 참여했다. KT도 10% 남짓의 지분을 가진다. 구축에 참여한 사업자들은 APG로 얻어지는 수익을 지분에 따라 나눠 가진다. 페이스북은 전송용량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KT는 이번 APG 통합관제센터 운영을 통해 APG 컨소시엄으로부터 매년 1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 해저케이블 건설 공사는 KT 자회사 KT서브마린이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번 구축 사업에 참여해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저케이블 유지·보수 사업으로 향후 매년 115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

부산=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