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내세운 삼성, 추격나선 애플…운명의 스마트폰 大戰
성수기인 연말 스마트폰 대전의 막이 올랐다. 세계 1·2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신제품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 엣지’를, 애플은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를 각각 발표했다. 올해 승패엔 그 어느 해보다 이목이 쏠린다. 애플이 처음으로 삼성전자가 선점한 대화면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전투가 예상된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스마트폰은 한 손에 쏙 들어와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 창업자의 철학을 버리고 패블릿 승부수를 띄운 애플의 전략은 통할까. 그리고 삼성전자는 애플과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1위 입지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을까.

혁신 애플, 패블릿 승부수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가장 큰 특징은 화면을 키운 것.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각각 4.7인치와 5.5인치다. 모두 아이폰5S(4인치)보다 크다. 애플은 그간 잡스가 고집한 3~4인치 화면 크기를 따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5~6인치 패블릿을 내세워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오르자 ‘잡스 철학’을 포기했다.

2011년 삼성전자가 5.3인치 갤럭시노트를 내놓은 이후 패블릿은 점차 스마트폰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는 ‘패블릿의 해’라 불릴 정도로 패블릿의 인기가 치솟았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5인치 이상 패블릿이 차지한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지난해 2분기 21%에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5인치 이상 시장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화면을 키운 것 외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보다 기존 기능을 보강하는 데 주력했다. 가장 많이 개선한 것은 카메라다. 직전 모델인 ‘아이폰5S’에선 슬로모션 동영상을 실제 속도보다 두 배 느린 속도로만 찍을 수 있었는데 아이폰6에선 네 배 느린 속도로 촬영할 수 있다. 아이폰6 플러스는 OIS(optical image stabilizer·광학식 손떨림 보정) 기능을 추가했다. 흔들림을 줄이고 어두운 곳에서도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는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19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12일부터 예약 주문을 받았다. 한국은 1·2차 판매국에서 제외돼 국내 소비자들은 10월 말 또는 11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신제품과 함께 전자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선보였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비자 마스타 등 세계 주요 신용카드사들과 손잡고 다음달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소매업체로는 메이시스 블루밍데일스 등 백화점과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즈마켓 등과 제휴를 맺었다. 애플페이는 편리할 뿐 아니라 안전하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플이 하드웨어에서 한계에 부딪힌 혁신을 서비스 분야에서 구현하고자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 세계 첫 옆화면 스마트폰 ‘엣지’ 출시

애플의 대화면 스마트폰 아이폰6 플러스는 삼성전자가 지난 3일 공개한 갤럭시노트4와 맞붙는다. 화면 크기는 갤럭시노트4가 5.7인치로 아이폰6 플러스보다 0.2인치 크다. 카메라 해상도는 갤럭시노트4가 더 뛰어나다. 후면 1600만, 전면 370만 화소로 아이폰6 플러스(후면 800만·전면 120만 화소)보다 높다. 배터리 용량도 갤럭시노트4가 크다. 아이폰6 플러스는 2915㎃h, 갤럭시노트4는 3220㎃h다. 무게는 아이폰6 플러스가 172g으로 갤럭시노트4(176g)보다 가볍다.

갤럭시노트4도 카메라 기능을 개선했다. 카메라 기능 중에서 와이드 셀피(selfie·셀카)가 눈에 띈다. 기존의 좁은 셀카 화각을 120도까지 넓힌 일종의 파노라마형 셀프 카메라 기능이다. 여러 명이 동시에 셀카를 찍을 때 좋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셀카봉(넓은 화각의 셀카를 찍도록 도와주는 봉)’과 같은 효과다.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대표적 특징인 필기구 S펜의 기능도 강화했다. 칠판 등에 적힌 손글씨를 사진으로 찍으면 이를 디지털 텍스트로 알아서 바꿔준다. 사진으로 찍은 문서를 편집할 때 유용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4와 함께 세계 최초로 옆면에도 화면이 달린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갤럭시노트 엣지다. 갤럭시노트 엣지는 지난해 말 내놓은 ‘갤럭시라운드’ 이후 삼성전자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커브드 디스플레이(곡면 화면)를 적용한 스마트폰이다. 보호용 커버를 열지 않아도 옆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간단한 알림 메시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갤럭시노트 엣지에 적용한 핵심 기술은 윰(Youm)이다. 디스플레이 소재로 유리 기판 대신 매우 얇은 플라스틱을 써 구부러진 화면을 구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9월 말~10월 초 국내를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갤럭시노트4와 갤럭시노트 엣지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갤럭시노트 엣지는 일부 국가에서만 판다.

삼성전자는 애플뿐 아니라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과도 방어전을 치러야 한다. 이들은 중국뿐 아니라 인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중·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