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LTE 속도로 흘러가는 게임업계에서는 신작 게임 개발뿐만 아니라 플랫폼 경쟁도 뜨겁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대로 접어들며 플랫폼은 게임의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치며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카카오'다.

현재 모바일 게임 플랫폼 중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카카오'지만 이에 대항마로 떠오른 플랫폼도 여럿 있었다. 그 중 유난히 큰 기대를 받았던 것으로는 '밴드'가 있다. 모바일 게임 플랫폼을 이해하기 위해 카카오와 밴드, 게임사의 삼각관계를 오래된 연인과 새로운 썸녀의 관계로 쉽게 풀어보았다.

#'오래된 연인' 카카오와 '새로운 썸녀' 밴드

시작하는 연인들에게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무얼 하든 새롭고, 신선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새로움 속에서도 지루함을 느낀다. 그렇게 오래된 연인이 되면, 익숙함에 안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설렘을 찾아 이별을 고하는 사람도 있다.

[포커스] '오래된 연인' 카카오-'썸녀' 밴드 '삼각관계'

카카오는 게임사에게 오래된 연인이다. 한국에서 모바일 게임이 꽃피울 수 있었던 초석에 카카오톡이 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처음에는 획기적이고, 신선한 플랫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부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수수료'나 '안드로이드/iOS 동시 개발', '깐깐한 게임 심의' 등의 단점도 보이기 시작하고, 과도한 카카오게임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도 늘어났다.

카카오는 여느 이별의 위기에 빠진 연인들처럼 '내가 잘할게. 고칠 수 있는 부분을 고칠게'라며 게임 심의도 자유롭게 풀고, 안드로이드와 iOS 동시 개발도 일정을 조율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느 오래된 연인들처럼 이미 게임사에게 카카오는 진부해졌다.

[포커스] '오래된 연인' 카카오-'썸녀' 밴드 '삼각관계'

그러던 찰나 새롭게 등장한 것이 '밴드'다. 밴드는 한국 대표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자회사인 캠프모바일의 폐쇄형 SNS이다. 이미 게임이 500개가 넘어 포화된 카카오톡과 달리, 이제 막 생긴 밴드는 선점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네이버라는 믿음직스러운 친정도 있고, 낮은 수수료와 무심사 제도로 게임사에게는 어리고, 능력있고, 성격도 쿨한(?) 썸녀(썸은 사귀기 전 호감을 가지는 단계를 뜻함)로 다가왔다.

밴드가 출시되기 전 공개된 1차 라인업 10종 게임 중, 카카오 없이 구글이나 앱스토어 마켓에 올라갔던 게임도 포함되어 있어 '탈카카오'설이 돌기도 했다. 많은 게임사는 밴드와 썸을 타며 밴드 게임이 출시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1, 2차 라인업에 들어간 20종의 게임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밴드는 주로 30~50대 이용자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게이머는 10~30대가 가장 활발하기 떄문이다. 따라서 그만큼 독특한 소셜그래프를 게임사는 풀어내지 못했다. 썸녀가 생각보다 4차원이고, 공통의 관심사가 맞지 않았던 것.

상황이 이렇게 되니, 오래된 연인에게 '너는 지금 뭐해, 자니, 밖이야'라며 뜬금없는 문잘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쳤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밴드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카카오와 계약을 앞두고 있었는데, 밴드에 입점하기 위해 계약을 파기했다. 그런데 밴드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해주지 못해, 민망하지만 다시 카카오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밴드 1차 라인업에 들어갔던 게임 중 코카반의 '라바링크', 라쿤소프트의 '퍼즐푸', 아프리카TV의 '역전! 맞짱탁구'가 카카오톡에 입점되었다. 이외에도 넥슨의 '영웅의 군단'과 클라우드세븐의 '핑거파이어', 마나스톤의 '메탈컴뱃 아레나'도 카카오에 이미 입점해 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준비 중에 있다. 이 외에도 다수의 게임이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주인공 권상우가 부메랑을 던지며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고 외쳤다. 사랑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카카오에도 돌아오며, 게임업계에서는 '이번엔 '탈밴드''라는 이야기도 농담처럼 나오고 있다.

# 같은 목표를 가지고 다른 것을 기대한 밴드와 게임사

감상적인 비유가 아닌 숫자로 밴드를 바라봤다. 가장 적절한 예는 넥슨이 서비스하는 '영웅의 군단'이 될 수 있다. '영웅의 군단'의 경우 독특하게도 아무런 플랫폼 없이 2014년 2월에 출시했고, 이후 5월에는 밴드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지난 7월 29일에는 카카오에도 입점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포커스] '오래된 연인' 카카오-'썸녀' 밴드 '삼각관계'

[포커스] '오래된 연인' 카카오-'썸녀' 밴드 '삼각관계'

8월 28일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기준으로 볼 때, for Kakao가 12위-플랫폼 없이는 14위-with Band가 124위다. 현재 출시된 밴드 게임에서 가장 높은 최고매출 순위이기도 하다. 다운로드 수도 살펴봤다. 앱애니(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를 기준으로, 플랫폼 없이 2014년 2월부터 5월까지 누적 다운로드가 약 115만 정도 된다. 밴드에서는 6월 16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으며, 카카오에서는 보름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성적표로 본 밴드 게임은 다운로드나 매출 두 분야 모두 우등생은 확실히 아니다. 왜일까?

가장 먼저 독특한 소셜 그래프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앱랭커 8월 데이터 기준으로, '밴드'의 연령별 비율은 40대가 27.62%, 30대가 24.02%, 50대가 20.67%, 20대가 14.87%, 10대가 12.82%이다. 3040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50대다. 일반적인 게이머의 연령층은 아니다. 국민게임 '쿠키런 for Kakao'의 연령별 비율에서 볼 수 있듯, 보통 10대가 가장 많고, 20대와 30대 순으로 이어진다.

물론 밴드의 1, 2차 라인업에서 알 수 있듯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구매력이 있는 3040이 충분히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들을 준비했다. 하지만 구매력 있는 3040 비게이머보다 구매력 없는 1020 게이머가 낫다.

[포커스] '오래된 연인' 카카오-'썸녀' 밴드 '삼각관계'

▲ 앱랭커 기준 연령별/성별 밴드 비율
[포커스] '오래된 연인' 카카오-'썸녀' 밴드 '삼각관계'

▲ 앱랭커 기준 '쿠키런 for Kakao' 연령별/성별 비율
대학생들의 조별과제에서 밴드를 이용할 수 있다며 적극 홍보하는 밴드의 TV광고에서 볼 때, 어쩌면 밴드는 게임을 통해 밴드에서 부족한 1020 세대를 끌어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게임이 흥행을 하게 되면, 자연스레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유저들이 밴드를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사의 경우, 밴드를 통해 많은 유저와 이어지는 높은 매출을 기대했을 것이다.

결국 밴드와 게임사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에게 다른 것을 기대하며 접근했지만 양쪽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윈윈 전략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 오래된 연인과 신선한 썸녀 사이에 답은 없다

아직까지 게임 플랫폼에서는 카카오가 독보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고매출 1위부터 10위까지 2개의 게임을 제외하면 모두 카카오 플랫폼의 게임이다. 다운로드 역시 앱애니 통계를 기준으로 '영웅의 군단'에서 알 수 있듯, 약 2개월만에 이루어낸 100만 다운로드를 카카오에서는 2주만에 100만을 훌쩍 넘었다.

물론 언제나 오래된 연인이 답은 아니다. 때로는 새로운 썸녀가 운명의 상대일 수 있다. 아직까지 밴드의 독특한 소셜 그래프를 완전히 분석한 곳이 없었다. 수수께끼 같은 밴드를 완전히 파악해서 활용하는 곳이 있다면 노다지를 캐는 것과 마찬가지다. 밴드는 폐쇄적 SNS로 확장성은 약할 수 있지만 결속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김태곤 엔도어즈 상무는 NDC 14에서 '요즘 다양한 플랫폼이 많이 나오고 있다. 게임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양하게 시도해야 한다. 플랫폼은 매우 매력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앞으로 시대는 변해갈 것이다'고 말했다.

오래된 연인 카카오와 신선한 썸녀 밴드의 관계에서 아직까지 답은 없다. 물론 카카오가 게임사와 안정적 관계를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은 확실하지만, 아직 밴드의 능력은 봉인 해제되지 않았다. 밴드와 카카오, 게임사의 삼각관계에서 단순히 '탈밴드'나 '탈카카오'같은 유치한 신경전보다 건전한 경쟁을 기대해본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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