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문서 무선으로 출력하고…안드로이드 OS 장착…모바일 기술 입은 삼성 프린터 '고공행진'
삼성이 2005년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해 육성해 온 프린터 사업이 최근 결실을 보고 있다. 1991년 흑백 A4 레이저 프린터 제품을 처음 선보인 후 끈기있게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혁신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마침내 고지(세계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럽시장에서 세계 1위 HP를 제쳤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최근 들어 세계 최고 수준의 모바일 기술을 프린터에 접목한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폰을 프린터에 갖다 대기만 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문서나 이미지를 출력할 수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프린터다. 다음달에는 PC 기능을 갖춘 10.1인치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신개념 프린터를 유럽 등 세계시장에 선보인다.

스마트폰 문서 무선으로 출력하고…안드로이드 OS 장착…모바일 기술 입은 삼성 프린터 '고공행진'
삼성전자는 2017년까지 중소형 레이저 프린터 시장에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판매대수 기준)은 16.6%로 1위 HP(37.2%)에 크게 뒤처진 2위지만 성장 속도가 빨라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기호 프린팅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사진)은 “프린터를 단순히 하드웨어로만 보지 않고 모바일 및 온라인과 연계한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글로벌 프린터 시장을 주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A4 프린터 시장이 올해 128억달러로 작년과 비슷하겠지만 2018년에는 145억달러로 연평균 2% 안팎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시장 1위 올라서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에 144만대의 A4 레이저 프린터를 판매했다. 132만대였던 지난해 2분기보다 9.1% 늘었다. 세계 전체 A4 프린터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1%)하고 경쟁사들이 뒷걸음질친 것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이라는 분석이다. 경쟁사인 HP의 2분기 A4 프린터 판매량은 322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일본 캐논과 미국 제록스도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다.

유럽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HP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HP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10%포인트까지 났으나 NFC 프린터 등의 인기에 힘입어 올 들어 격차를 줄였고 2분기에 24.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23.5%에 그친 HP를 제쳤다. 고가의 기업형 제품인 A3 복합기 성장 속도는 더 빠르다. 지난 1분기 판매신장률이 63%로 높아진 데 이어 2분기는 122% 성장했다.

NFC 프린터 등 모바일 기능을 접목한 신개념 프린터 제품이 시장에서 인기를 끈 결과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작년 6월 출시된 NFC 프린터는 지금까지 39만대 넘게 팔렸다. 동급 제품에 비해 판매량이 30%나 많은 것이다.

세계 최대 프린터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력 있는 유통망을 확보한 것도 주효했다. 삼성전자 프린터는 지난 7월 초 스테이플스, 오피스디포, 오피스맥스 등 미국 3대 사무용품 업체의 2800여개 매장에 입점했다. 회사 관계자는 “3대 사무용품 매장에 입점한 이후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모바일 프린팅 시대 주도

삼성전자는 개인 및 중소 오피스용 프린터에 적용했던 NFC 기능을 올 들어 일반 기업형 프린터(복합기) 제품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와 연계된 프린팅 기능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NFC 프린터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소비자 평가에서 1위를 휩쓸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엔 새로운 카드로 세계시장을 공략한다. 7월 초 국내에 선보였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프린터로 유럽 등 해외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오는 9월5~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박람회(IFA)에서 유럽 지역 고객사를 초청해 제품 설명회도 연다.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프린터 제품인 ‘멀티 엑스프레스 X4300 시리즈’는 PC 없이도 문서를 작성하고 출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문서를 스캔해 다른 사람과 공유하거나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는 제품이다. 10.1인치 터치스크린이 PC 기능을 대신한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