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훈 퍼플즈 대표(왼쪽 세 번째)와 양해륜 CTO(오른쪽 세 번째), 직원들이 아이비콘 제품 ‘레코’를 들고 있다. 레코는 ‘사운드태그’에 이어 지난 5월 퍼플즈가 개발해 내놓은 O2O 서비스로 애플이 선보인 아이비콘 플랫폼 위에서 돌아간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송훈 퍼플즈 대표(왼쪽 세 번째)와 양해륜 CTO(오른쪽 세 번째), 직원들이 아이비콘 제품 ‘레코’를 들고 있다. 레코는 ‘사운드태그’에 이어 지난 5월 퍼플즈가 개발해 내놓은 O2O 서비스로 애플이 선보인 아이비콘 플랫폼 위에서 돌아간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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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송훈 퍼플즈 대표는 “3주 뒤부터 국내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에서 퍼플즈의 ‘사운드태그’ 기술을 적용한 O2O 서비스가 구현된다”고 말했다. 편의점이나 백화점 문을 들어선 고객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할인 정보 등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O2O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을 뜻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매끄럽게 연결해 이용자의 편의를 높인다는, 일종의 마케팅 용어다.

올 들어 O2O가 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유통업체뿐 아니라 커피·제과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퍼플즈 방문이 잦다. 2012년 4월 다섯 명으로 창업해 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국내에서 가장 앞선 O2O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한 것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퍼플즈는 지난 5월 아이비콘 관련 제품인 ‘레코’도 개발해 내놓았다. 아이비콘은 블루투스를 활용한 애플의 근거리통신기술을 말한다.

◆사람에겐 안 들리는 소리로 앱 작동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하나로 묶는 것은 모든 기업의 꿈이다. 소비자가 어디에 있고, 어떤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지 알면 보다 최적화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멤버십카드란 게 있지만 한계가 있다. 멤버십카드는 백화점 3층 여성복 코너에 내린 고객만을 위해 여성복과 관련된 신상품·할인 정보 등을 알려줄 수는 없다.

송 대표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하나씩 갖게 되면서 기업들의 꿈은 현실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지만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고 설명했다. O2O는 블루투스나 근접무선통신(NFC)으로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휴대폰 배터리가 닳는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대개 이 기능을 꺼놓는 게 문제다. 이 기능을 지원하는 휴대폰이 아직 많이 보급되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송 대표의 중학교 동창이자 퍼플즈를 같이 창업한 양해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소리를 이용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는 “이용자가 귀찮게 느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다가 미국에서 소리를 이용한 기술이 시범적으로 쓰인다는 얘기에 귀가 번쩍 뜨였다”고 말했다.

그렇게 사운드태그가 탄생했다. 휴대폰은 인식하지만 사람들은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 휴대폰을 작동시키는 기술이다. 송 대표는 “1만5000㎐에서 2만㎐ 사이의 소리는 일반 스피커로도 쉽게 낼 수 있지만 예민한 사람을 제외하곤 듣지 못한다”며 “매장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방문자의 휴대폰 마이크에 흘러들어가면 해당 앱이 사용자의 위치를 인지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처럼 넓은 곳에서는 매장이나 층별로 서로 다른 소리가 나온다. 그는 “현재 약 600만개의 소리를 만들었다”며 “매장마다 하나씩 고유의 소리가 부여된다”고 설명했다. 이용자 위치를 파악한 앱은 휴대폰의 LTE 혹은 3G 통신망을 통해 그에 맞는 상품·할인 정보를 받아 소비자에게 보여준다.

◆소비자 행동 분석까지 제공

여느 스타트업처럼 퍼플즈도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어야 했다. 창업 당시만 해도 O2O란 말도, 소리를 통한 휴대폰 작동이란 방식도 생소했기 때문이다. 미국 UC샌타바버라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한국에 들어온 송 대표는 창업 초기 다섯 명의 직원과 모두 한 방에서 생활을 했다. 지금도 서른두 살의 동갑인 송 대표와 양 CTO는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송 대표는 “CTO의 대학원 전공이 데이터 마이닝이어서 소비자 행동 분석에도 강점이 있다”며 “기술 제공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하는 O2O 대표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