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역할 변화는 섣부른 관측"

유동성 위기를 겪는 동부제철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데 이어 동부그룹 제조부문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8일 동부그룹에 따르면 IT(정보기술) 부문과 전자재료, 무역,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을 가진 동부CNI는 금융 IT 부문과 전자재료 사업부를 매각하고 대외 IT 솔루션과 무역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짰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차입구조를 해결해 재무 펀더멘털을 강하게 만들고 경쟁력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CNI의 사업부별 매출 비중(2013년 기준)은 IT 부문 67%(3천560억원), 무역 24%(1천270억원), 전자재료 6%(300억원), 컨설팅 2%(110억원)로 구성돼 있다.

자성분말코어(MPC)와 전자부품용 접착제(폴리머) 등을 제조하는 전자재료 부문은 적자가 누적된 상태라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담보가치 380억원대의 경기 안산공장도 처분할 계획이다.

동부CNI는 지난달 이 공장을 담보로 담보부사채를 발행하려다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자 채권발행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안산공장은 동부CNI가 동부정밀화학을 합병하면서 보유하게 된 부동산이다.

금융 IT 부문은 그룹의 다른 금융계열사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동부CNI는 최근 조회공시 답변에서 "중장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IT 사업부문의 일부 매각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 IT 부문은 전체 IT 부문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대신 대외 IT 솔루션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부의 한 관계자는 "동부CNI는 다른 대기업그룹 계열의 시스템통합(SI) 업체와 달리 내부 거래 비중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무역 부문도 합금철과 화학부문 물량을 중심으로 사업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짰다.

동부CNI는 동부제철(14.02%), 동부하이텍(12.43%), 동부건설(23.01%), 동부메탈(10.0%) 등 그룹 제조부문 계열사 지분을 두루 갖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장남 남호씨 등 오너 일가는 동부CNI 지분 48.7%를 보유해 그룹 제조부문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동부CNI는 단기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동부팜한농 주식 2천267만여 주를 오너 일가에 매각해 630억원대의 긴급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동부CNI의 동부팜한농 지분은 36.8%에서 15.1%로 줄어든다.

동부CNI는 동부팜한농 잔여 지분도 처분할 계획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로서 동부CNI의 역할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섣부른 관측"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