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아이리스(Cooliris).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숨은 공신이다. 2009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갤러리(사진첩)’를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쿨아이리스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이번엔 ‘구글’이 아닌 ‘쿨아이리스’이름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곧바로 호평이 쏟아졌다. 아이패드용 쿨아이리스는 출시 직후 세계 75개국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스타트업 / 스마트폰] "사진은 새로운 소통 수단…비주얼 메시징 곧 공개"
수잔냐 붐카 쿨아이리스 최고경영자(CEO)를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인 ‘비론치 2014(beLAUNCH 2014)’에서 만났다. 그는 “사진은 더 이상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며 또 한 차례의 변화를 예고했다.

○“모든 사진을 모바일 갤러리 안으로”

쿨아이리스는 2008년 데스크톱 버전을 내놓은 이후 승승장구했다. 세계 1억명 이상이 쿨아이리스를 다운로드했다. 쿨아이리스 PC 웹사이트에는 매년 75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새로 유입되고 있다.

쿨아이리스는 2012년 7월 iOS(애플 운영체제) 앱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쿨아이리스는 16개 소셜미디어 채널에 흩어져 있는 사진들을 통합해 보여주면서 경쟁력을 갖췄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구글 등 다양한 SNS에서 사진을 끌어오거나 공유할 수 있다.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도 특별하다. 쿨아이리스는 ‘혁신적인 미디어 경험의 선두주자’라는 슬로건 아래 모든 사진을 3D(3차원) 형태로 보여준다.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다양한 사진이 입체감 있게 표현된다.

“수많은 소셜미디어 채널의 사진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것이 쿨아이리스만의 강점입니다. 쿨아이리스는 PC 웹사이트만 있던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곧 모바일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수많은 벤처회사가 이런 전환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쿨아이리스는 여러가지 시도로 함께 변화해 왔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장, ‘비주얼 메시징’ 앱

붐카 CEO는 이달 중 ‘비쥬얼 메시징’ 앱을 출시하며 또 한 번의 도전을 한다. 새로운 디바이스들이 출현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에도 끊임 없이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스타트업 / 스마트폰] "사진은 새로운 소통 수단…비주얼 메시징 곧 공개"
“사진은 정보를 전달하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은 카카오톡, 네이버 라인, 미국 와츠앱, 중국 위챗 등이 대표적이죠. 다만 앞으로는 사진을 적극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겁니다.”

쿨아이리스는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현지기업과의 협업도 중요한 목표로 세웠다. 쿨아이리스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를 비롯해 바이두, 시나 웨이보, 렌렌, 러시아의 얀데스 디스크와 협력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과의 제휴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가 쿨아이리스 전체 이용자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가 높습니다. 광고를 지양하고 프리미엄 서비스만으로 승부를 거는 쿨아이리스와도 딱 맞아 떨어지는 시장입니다.”

○“실리콘밸리는 종착역이 아니다”

쿨아이리스는 붐카 CEO가 세 번째로 창업한 회사다. 인도 출신의 붐카 CEO는 20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가 네슬레에서 소비자 식품 산업과 관련된 일을 했다. 이후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그는 첫 사업으로 실시간 온라인 판매 비즈니스인 ‘파놉티콘(Panopticon)’을 시작했고, 2년 후 매각했다. 성공적인 ‘자금 회수’였다. 두 번째 사업인 기업 인사평가를 돕는 서비스 ‘타마리드(Tamarid)’도 성공적이었다.

다만 2007년 PC에서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전송해주는 기술로 선보인 ‘바추(Vazu)’는 수익성이 낮았다. 해당 서비스를 너무 이른 시기에 유료로 선보인 탓이다. 붐카 CEO는 한 번 사업의 실패를 겪으며, 실리콘밸리 성공기를 더 촘촘히 쓰고 있다.

“대부분 벤처창업가들은 실리콘밸리를 도착지로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 성공신화만 믿고 무작정 달려오곤 하죠.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는 재능 알리기부터 창업 비용, 팀 구성까지 두 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본국에서 1년이 소요될 사업을 실리콘밸리에서 6개월 내에 해낼 수 있다면 당당히 도전하세요.”

김효진 한경닷컴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