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이 개발한 반지형 웨어러블기기 ‘링유’를 손가락에 낀 아드리안 데이비드 척 전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왼쪽)와 최용순 서강대 교수. 스파크랩 제공
자신들이 개발한 반지형 웨어러블기기 ‘링유’를 손가락에 낀 아드리안 데이비드 척 전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왼쪽)와 최용순 서강대 교수. 스파크랩 제공
‘사랑한다’는 말만으론 부족할 때가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최용순 서강대 지식융합부 아트&테크놀로지 전공 교수는 “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할 때 60%는 비언어적 수단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 때 지도교수였던 아드리안 데이비드 척 교수와 함께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필유를 지난해 10월 영국 법인으로 창업했다.

최 교수와 필유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척 교수를 최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제3회 스파크랩 데모데이’ 현장에서 만났다. ‘링유’라는 이름의 반지형 웨어러블 기기를 시제품으로 만들어 처음 공개한 자리였다.

이들은 “링유는 자기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누르면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의 반지에 빛과 진동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라며 “글과 말로 제한됐던 한계를 넘어 보다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품은 올해 안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지로 상대에게 마음 전달

시제품으로 공개한 링유는 옛날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사탕 ‘보석반지’를 닮았다. 빛을 내기 위한 LED(발광다이오드)와 진동을 위한 모터, 그리고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고 각종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전자부품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척 교수는 “물론 이 상태로 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이즈를 줄이고 디자인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작동 방식은 간단하다. 반지를 누르면 그 신호가 스마트폰으로 전달되고 인터넷을 거쳐 멀리 떨어진 사람의 스마트폰에 도달한 후 다시 반지를 통해 빛과 진동으로 나타나는 식이다. 최 교수는 “박사과정 때 인형을 안으면 그 감촉이 멀리 떨어진 사람의 파자마를 통해 전달되는 ‘허기 파자마’를 연구했던 것에서 아이디어를 따와 작은 반지에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단순히 빛과 진동만으로 전달하는 게 가능할까. 그는 “상대방의 반지에 나타나는 빛과 진동의 세기가 누르는 강도에 따라 달라지도록 했지만 아직 기초적인 단계에 불과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상대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을 실시간으로 전해받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하거나 공부하고 있을 때 반지가 붉게 깜빡이면 지금 상대가 내 생각을 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색의 표현과 감정의 관계에 대해선 필유의 다른 구성원이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런던·도쿄 분업화

필유의 구성원은 서울 런던 도쿄에 흩어져 있다. 척 교수가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일본 게이오대를 거쳐 영국 시티대로 옮겨 다니면서 그의 제자들도 세계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국민대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최 교수는 2007년 척 교수의 ‘믹스드 리얼리티 랩’이 싱가포르에 있을 때 처음 그를 만났다. 이후 척 교수와 랩이 게이오대로 옮겨가면서 최 교수도 게이오대로 옮겨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 믹스드 리얼리티 랩은 스마트폰으로 맛과 향을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최 교수는 “서울에선 디자인, 런던에선 하드웨어, 도쿄에선 소프트웨어 개발로 나눠진 상황”이라며 “2주에 한번씩 화상회의를 열면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제품을 생산해줄 공장을 찾는 데 한창이다. 폭스콘을 비롯해 대만 중국 일본 업체들과 협의하고 있다.

그는 “학문적으로 연구만 하다가 직접 창업해보니 회사를 운영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게 참 대단한 일이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앞으로 비언어적 감각을 전달하는 웨어러블 기기에 있어 필유가 세계 선도 기업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