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일 넥슨의 e스포츠 경기장 넥슨아레나에서 열린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개인전 16강 경기에는 700명의 관객이 몰려 복도까지 가득 메웠다. 넥슨 제공
지난 1월2일 넥슨의 e스포츠 경기장 넥슨아레나에서 열린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개인전 16강 경기에는 700명의 관객이 몰려 복도까지 가득 메웠다. 넥슨 제공
#1.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선수팀 창단을 선언했다. 아마추어 최강으로 꼽히던 MVP 오존과 MVP 블루 팀을 인수하면서다. 2000년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쓰이던 ‘삼성전자 칸’이란 게임선수단 이름도 ‘삼성전자 갤럭시’로 바꿨다. LoL의 세계적인 인기에 편승해 갤럭시 브랜드를 널리 알리겠다는 의도다.

#2. LoL 프로선수팀 ‘SK텔레콤 T1’을 운영하는 SK텔레콤은 올 1월 ‘T LoL’이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출시하자마자 구글플레이 20위 안에 들었고 50일 만에 50만다운로드를 넘어섰다. LoL 대회 중 하나인 ‘마스터즈 리그’를 모바일에서 보려면 이 ‘T LoL’ 앱에서만 볼 수 있게 독점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SK텔레콤은 지난달 한 달에 9000원만 추가로 내면 데이터 걱정 없이 e스포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T스포츠팩’도 출시했다.

e스포츠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면 1만명이 경기장을 찾는다. 모바일과 온라인으론 20만명이 몰려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한다. 외국인도 국내 e스포츠를 즐기다 보니 게임방송사 온게임넷은 외국인 캐스터를 두 명 고용해 영어로도 대회를 중계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도 e스포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넥슨은 국내 게임사로는 처음으로 ‘넥슨 아레나’라는 e스포츠 경기장을 세웠고, e스포츠와는 관계가 없던 엔씨소프트도 ‘블레이드앤소울’을 e스포츠화하기로 했다. e스포츠의 인기가 게임 흥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매진해 온 엔씨소프트는 e스포츠와 거리가 멀었다. e스포츠는 30분 안에 결판이 나야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게임은 드넓은 가상의 대륙에서 수만명의 다른 이용자와 생활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데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엔씨소프트가 오는 19일부터 매주 토요일 용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블레이드앤소울 대회를 연다고 발표했다. 우승상금은 1500만원이다. 온게임넷 유튜브 다음TV팟 판도라TV 등을 통해 중계된다. 경광호 엔씨소프트 홍보실 팀장은 “UFC 격투기처럼 게임 캐릭터가 3라운드 동안 1 대 1로 맞붙어 승부를 가리는 방식”이라며 “작년 12월 시범 대회를 열었을 때 2000명이 현장에 몰려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가 e스포츠에 뛰어든 것은 게임 흥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때 PC방 게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블레이드앤소울은 15일 현재 3.84%의 점유율로 6위(게임트릭스 집계)에 처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점유율 1위와 3위, 4위를 달리고 있는 LoL, 서든어택, 피파온라인3가 모두 e스포츠를 하고 있는 게임”이라며 “e스포츠를 보다 보면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직접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에 게임 흥행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e스포츠를 통한 게임 인기몰이에는 넥슨이 가장 적극적이다. 넥슨은 지난해 12월 서울 논현동에 e스포츠 경기장 ‘넥슨 아레나’를 개관했다. 지하 2층에 436개의 좌석을 마련했다. 게임방송사인 스포TV와 손잡고 카트라이더, 피파온라인3, 도타2 등 넥슨 게임들의 e스포츠 대회를 열고 있다.

모바일게임도 e스포츠로 합류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14 가족 e스포츠 페스티벌’에는 CJ E&M 넷마블의 모바일 레이싱 게임 ‘다함께 붕붕붕’, 위메이드의 모바일 러닝게임 ‘윈드러너’ 등이 대회 종목으로 포함됐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올초 ‘CJ몰과 함께하는 포코챔스’라는 ‘포코팡’ 최고수를 가리는 대회를 열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