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장비 수량 늘려 사고때 피해 최소화해야"

지난 20일 약 6시간 동안 벌어진 SK텔레콤의 통신장애 사태는 통신망 블랙아웃(대정전)을 연상케 하는 사고였다.

이 때문에 회사 추정만으로도 가입자 560만명이 피해를 보고, 생계형 대리운전 기사나 퀵서비스 기사들은 생업에 지장을 받는 등 사회 전반에 많은 후유증을 낳았다.

SK텔레콤은 이번 사고가 가입자확인모듈(HLR; Home Location Register)의 문제로 생긴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입자의 위치를 비롯한 가입자 데이터베이스(DB)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 장비에 문제가 생겨 착발신과 문자메시지, 인증 등 서비스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본래 HLR과 같은 교환 장비에는 같은 보드가 2개씩 있어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이웃한 보드가 기능을 대신하는 '자동절체'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자동절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장애가 발생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당 장비에 대한 보강 작업을 진행하겠다"며 "장애감지시스템 확대 개편과 시스템 오류에 대비한 안전장치 강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HLR 장비의 장애는 어느 이동통신사에서든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장애를 미연에 막을 수 있도록 정기점검을 강화해 통상적으로 월 1회인 점검 횟수를 늘리거나 점검을 좀 더 꼼꼼하게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전문가는 "HLR 장비의 숫자를 늘려 하나의 장비가 소화해야 하는 데이터베이스(DB)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이동통신사의 HLR 장비 하나가 소화하는 가입자 데이터는 30만∼50만명인 점에 비춰 보면, 이번처럼 장비 한 대의 장애로 피해자가 560만명까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전문가는 "장애 자체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만에 하나 장애가 생기더라도 HLR 장비가 담당하는 가입자 수가 적으면 일단 피해를 최소화해 광역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또 이번에 문제가 생긴 HLR 장비의 조달과 관련, KT와 LGU+ 등은 외국계 등 복수 업체에서 장비를 납품받는 반면, SK텔레콤은 전부 한 업체에서 독점 납품을 받는 점을 지적하며 안전성 측면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2∼3개 업체을 것을 함께 쓰는 것이 좋은데 SK텔레콤은 한 업체 제품만 쓴다"며 "1개 제조사의 장비만 사용하는 것은 안전성 등 측면에서 장애가 발생했을 때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도 효율성과 안전성을 고려해서 장비를 분산 운영중"이라며 "앞으로 더욱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적으로 또 하드웨어적으로 시스템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