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최근 해킹으로 유출된 981만명의 고객 정보 내역을 11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자들에게 공개했다. 사진은 KT 홈페이지에 떠 있는 사과문과 유출 정보 내역.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KT는 최근 해킹으로 유출된 981만명의 고객 정보 내역을 11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자들에게 공개했다. 사진은 KT 홈페이지에 떠 있는 사과문과 유출 정보 내역.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KT 홈페이지 해킹으로 1200만건(981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데 이어 11일 다른 통신사에서도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새나간 것으로 밝혀져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KT가 정보유출 조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피해 사실을 확인한 가입자들의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는 집단소송 카페가 수십개 만들어졌고, 대규모 가입자 이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유심카드 번호까지…” 경악

"카드번호·유효기간까지 털려" 981만 KT 고객, 2차 피해 공포
이날 KT 홈페이지와 고객센터에는 유출 여부를 확인하려는 가입자들의 접속과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정보유출 피해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은 피해 사실 확인 뒤 거센 분노로 바뀌었다. KT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카드결제번호, 카드유효기간, 주소, 이메일, 고객관리번호, 유심카드번호, 서비스가입정보, 요금제정보 등 12가지에 달한다. 특히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유심카드번호 등은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피해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등에는 자신의 정보유출 사실을 확인한 캡처 사진과 KT를 질타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확인해 보고 더 분통 터졌다” “재작년에 털린 거 소송 중인데 또 털렸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KT 사이트에서 정보유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도록 한 것도 피해자들의 불만을 샀다. 한 가입자는 “유출 여부 확인을 위해 또 다시 개인정보 이용과 제공에 동의하라고 하는 것은 고객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와중에 다른 통신사에서도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이날 중국 유통업자로부터 입수한 개인정보 1230만여건을 유통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문모씨(44)를 구속하고 권모씨(31)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LG유플러스(250만건), SK브로드밴드(160만건), KT(6만건) 등 통신사에서만 개인정보 420만건이 유출됐다. 경찰은 휴대폰과 초고속인터넷 판매점 등에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집단소송 카페 봇물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정보유출 사태가 KT 가입자의 대규모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012년에 이어 두 번씩이나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가입자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해킹 사건이 드러난 6일부터 10일까지 번호이동시장에서 KT 가입자 2899명이 빠져나갔다. 아직까지는 대규모 이탈로 보기는 어렵다. 가입자 대부분이 2년 이상 약정을 맺고 있어 위약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13일부터 KT의 영업정지가 시작돼 타사로 떠나는 가입자를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KT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30여개의 집단소송 카페가 개설돼 피해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카페 중에는 개인정보 유출사고 때마다 집단소송을 대리한 것으로 유명한 법무법인 평강도 포함돼 있다. 평강은 이번 사건에 대해 3심까지 1인당 5500원의 수임료를 받고 5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정보유출 ‘2차 피해’ 우려

전문가들은 유출된 개인정보가 전화사기(보이스피싱)와 문자사기(스미싱) 등 범죄에 악용돼 2~3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다”며 “이번에 유출된 정보가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더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은행계좌와 신용카드번호가 유출된 가입자들은 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 계좌정보를 악용한 대출사기 등의 피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스팸전화 차단 앱이나 스미싱 탐지 앱을 내려받을 것도 권장한다.

김 교수는 “잇따라 해킹사고가 터지는데도 고객 정보가 어느 사이트에 연동돼 있고, 유출 통로가 어디인지 파악조차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고객정보가 어떻게 흘러다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