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상반기 중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금융서비스의 이름이 ‘뱅크월렛 카카오’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금융결제원과 전국 18개 은행이 지난해 3월 출시한 전자지갑 서비스 ‘뱅크월렛’에 카카오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우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친구끼리 쉽게 현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체 기능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결제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카톡'으로 들어온 은행…채팅하다 송금 가능

○‘뱅크월렛 카카오’로 금융서비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달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4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금융서비스 진출을 깜짝 발표했다.

그는 “금융 인프라와 카카오 플랫폼을 결합해 친구끼리 게임을 함께 즐기고 음악을 공유하고 선물을 보내듯 편하게 소액을 친구들과 주고받을 수 있는 고객친화적이고 창조적인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결제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준비 중인 금융서비스는 카카오가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서비스가 아니라 금융결제원 주도로 진행 중인 뱅크월렛 사업에 카카오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뱅크월렛은 오프라인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도 쓸 수 있는 ‘모바일 현금카드’와 선불충전카드 방식인 ‘뱅크머니’ 두 가지로 이뤄져 있다”며 “카카오와 같이 진행하는 금융서비스는 이 중에서 뱅크머니를 카카오톡과 연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머니는 교통카드처럼 일정 금액을 충전한 뒤 이를 이체와 결제에 쓸 수 있게 한 서비스다. 플라스틱 카드인 교통카드와 달리 뱅크머니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서 작동하며, 휴대폰 번호만 있으면 간편히 친구에게 돈을 보낼 수 있는 점이 다르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뱅크머니와 똑같이 작동하지만 휴대폰 번호 외에 카카오톡 친구로만 맺어져 있어도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처음 회원으로 가입할 때는 공인인증서 등을 통한 계좌 등록 절차를 거치지만 이후에는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양쪽 모두 뱅크월렛 카카오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돈을 받은 사람은 선불충전카드인 뱅크월렛 카카오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다시 돈을 보낼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은행계좌로 돈을 옮겨 현금화할 수 있다. 금융결제원은 추후 뱅크월렛 카카오에 결제 기능도 넣을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뱅크월렛 카카오라는 서비스 이름은 맞다”며 “자세한 서비스 방식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달 말부터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뱅크월렛 카카오의 비공개 서비스를 진행한 후 상반기 내 공식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모바일 결제 시장 판도 바꿀 것”

뱅크월렛 카카오의 등장은 모바일 결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계기가 될 것으로 시장참여자들은 보고 있다. 모바일 결제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은행(신한은행 주머니, 기업은행 원머니, 하나은행 N월렛) 통신사(KT 모카월렛, SK플래닛 스마트월렛·페이핀) 단말기 제조사(삼성월렛) 등이 뛰어들었지만 아무도 뚜렷한 주도권을 잡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사용자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결제원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뱅크월렛 서비스를 연동하면서 사용자를 대폭 늘릴 수 있게 됐다. 카카오 역시 18개 은행이 참여한 뱅크월렛 사업에 참여하면서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에 앞서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금융법 등에 의해 국내에서는 비금융회사가 금융서비스에 나서는 데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며 “카카오는 은행권과 손을 잡으면서 카톡플랫폼을 금융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