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혁신기업의 산실, 실리콘밸리를 가다

(2) 불편이 혁신의 동기 - 구글도 눈독 들이는 택시 예약 앱 '우버' 만든 칼라닉 CEO

버튼 누르면 기사와 손님 연결…5분내로 택시 잡을 수 있어
말도 안되는 불편과 싸우는 게 창업의 출발이자 혁신의 시작
미국 샌프란시스코 우버 본사 집무실에서 트레비스 칼라닉 CEO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우버 본사 집무실에서 트레비스 칼라닉 CEO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택시를 잡는 번거로움을 경험하곤 한다.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회사인 우버를 창업한 트레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CEO)도 이런 불편을 여러 차례 겪었다. 2008년 프랑스 파리 정보기술(IT) 콘퍼런스에 친구 가렛 캠프와 참석했을 땐 택시를 잡는 데 30분 이상 걸리기도 했다. 그가 거주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택시를 이용하려는 방문객들이 똑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았다. ‘버튼 하나만 눌러 편하게 택시를 부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 계기였다. 이듬해 두 친구는 의기투합해 우버를 창업했다. 콜택시를 전화로 부르지 않고 휴대폰 앱 실행만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출퇴근할 때마다 우버 택시를 이용한다는 칼라닉 CEO를 만나 창업 동기와 사업 철학 등을 들어봤다. 람보르기니 등 럭셔리 차를 살 수 있을 정도로 큰돈을 벌었지만 최근 2년간 운전대를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우버를 이용하면 그만큼 편하다는 뜻이다. 그는 “도시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여 사람들의 생활을 보다 효율적으로 바꾸고 싶었다”며 “말도 안 되는 불편과 싸우는 것이 창업의 출발이자 혁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불편과 싸우다…생활을 바꾸다

칼라닉 CEO는 고교 졸업반 시절인 18세에 처음 창업했다. 수학을 잘하던 그가 동네 후배를 가르쳐 점수가 크게 올랐다는 소문이 났고 이후 로스앤젤레스(LA)에 살던 한 한국인과 함께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대비 학원을 차렸다. 이런 창업 경험이 주변에서 찾은 아이템으로 회사를 만들어 돈을 버는 창업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 UCLA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후엔 파일 공유 회사를 세웠다. 그러나 설립 2년 만에 29곳의 방송사와 영화사로부터 소송액 2500억달러(약 265조원)에 달하는 저작권 소송을 당했다. 100만달러(약 10억6000만원)를 배상하고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유증으로 대학도 중퇴했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듬해 바로 같은 기술을 활용해 방송사와 영화사들이 합법적으로 자료를 공유하도록 돕는 회사를 차렸다. 그는 “수백조원의 소송을 걸며 대립각을 세웠던 적들을 우군으로 돌려놨다”며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시도는 늘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존 세력의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150만달러(약 16억원)로 시작한 회사를 6년 후 1500만달러(약 160억원)에 팔았다. 창업한 회사를 10배로 키웠지만 그 과정은 그야말로 역경의 연속이었다. 6년간 제대로 월급도 가져가지 못했다. 20대 중반까지 부모님 집에 얹혀살았다. 그는 “당시 힘들었던 경험이 우버 창업 후 회사의 기반을 닦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로 옮겨와 2년간 벤처투자가로 활동하면서 인맥을 넓힌 후 자신의 네 번째 회사인 우버를 세웠다. 그는 “또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만 떨치면 재기를 막는 장벽은 없다”며 “해보고 싶은 게 있으니 다시 시작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파산까지 경험해봤지만 항상 떳떳했다. ‘실패자’라는 낙인도 없어 새로 창업하는 데 아무 걸림돌이 없었다. 여러 회사에서 영입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칼라닉 CEO는 한번도 취직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기존의 것과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서다. 그는 “우버는 온라인 기술로 오프라인의 문제를 풀어나간다”며 “일에 대한 자부심이 열정을 만든다”고 말했다.

진화하듯 사업 확장 추진

[왜 기업가정신인가] 택시 잡는데 30분, 승차거부 '짜증'…'불편한 경험'이 창업본능 자극했다

본사 2층엔 우버의 운전기사로 등록하려는 중년 남성 수십명이 줄을 서 있었다. 미국 내 우버 리무진 기사들이 연평균 10만달러(약 1억7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이다. 우버는 이렇게 등록한 택시기사들로부터 건별로 수수료를 받는다.

칼라닉 CEO는 지능형 지도 시스템과 승객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확장도 계획 중이다. 그는 창업 5년 만에 세계 65개 도시로 진출했다. 그는 “5분 안에 차를 문 앞에 대기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면 차 외에 다른 무엇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혁신적인 사업이어도 후발 주자가 시장에 진입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레드오션’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도 서슴없이 답했다. “앱은 단순하지만 실행 알고리즘은 엄청나게 복잡하다”며 “아무나 쉽게 따라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구글이 지난해 2억5800만달러(약 2700억원)라는 거금을 투자한 것도 이런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칼라닉 CEO는 “우버의 사업 비전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구글과 다양한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무인자동차를 개발 중인 구글이 우버와 함께 무인차를 활용한 택시서비스 사업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좋은 조건의 매각 제안이 오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답했다. “같이 사는 아내에게 나와 언제까지 살 거냐고 묻는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네 번째 아내가 제 마지막 배우자라는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