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윤 스캐터랩 대표(왼쪽 두 번째)와 직원들이 텍스트앳 서비스와 캐릭터 인형을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왼쪽 두 번째)와 직원들이 텍스트앳 서비스와 캐릭터 인형을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사람을 만나 대화하면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감정을 얼추 짐작할 수 있다. 태도나 말투, 눈빛 등 감정을 가늠할 수 있는 요소를 직접 살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문자메시지만으로 이뤄지는 대화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뭔가 다른’ 문자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직감할 뿐이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그 ‘뭔가 다른’ 부분을 찾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없이 오가는 문자메시지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어마어마한 정보가 녹아 있다”며 “이를 분석할 수 있다면 타인과 한결 수월한 관계맺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문자메시지를 기반으로 한 감정 분석 서비스 ‘텍스트앳’이다.

◆대화 패턴 보면 호감도 보여

텍스트앳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으면 감정을 분석하고 싶은 상대방과 자신의 성별, 직업, 연인 여부 등을 입력하게 된다. 이후 상대방과 나의 관계에 대한 기본 정보를 넣고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메신저에서 나눈 대화를 불러오면 친밀감, 애정 등 감정에 관한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다.

김 대표는 “두 사람에게 똑같이 ‘밥 먹었니’라고 물어도 한 사람은 예쁜 이모티콘과 함께 즉시 긴 답장을 보내는데, 다른 한 사람은 한참 뒤에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등 사람들은 호감도에 따라 다른 대화 패턴을 보인다”며 “10만여명이 참여한 약 6억건의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화는 내용과 형식을 모두 분석한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 대화 주제가 뭔지, 명사가 많은지 형용사가 많은지, 이모티콘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등을 살피는 것은 내용 분석에 해당한다. 문자의 길이와 양, 답장시간 등을 들여다보는 것은 형식 분석이다.

이용자는 42만명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새로운 버전을 론칭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도 기록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수십만명의 기록을 갖게 되면 사람들의 만남이 어떻게 시작해 진행되며, 끝나는지 인간관계의 한 사이클을 알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메신저 서비스와의 협업, 일본을 주축으로 한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호기심이 창업으로 연결

5명으로 이뤄진 스캐터랩은 ‘문제풀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창업으로 이어지게 된 대표적 사례다. 김 대표는 피처폰 시절부터 ‘문자’에 매료됐다. 당시 한글 기준 40자(80바이트)로 길이가 제한된 문자에 사람들이 감정을 담아 보내는 것을 보며 “‘마치 하이쿠(俳句·일본의 전통 단시) 같다’는 생각도 했다”는 그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문자로 안부를 전하는 방식이 일상이 되면서 이 안에 인간관계의 중요한 부분이 녹아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분석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실천에 옮길 기회는 2010년 1학기 대학 수업시간에 찾아왔다. 통계를 이용해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는 수리사회 과목을 듣다가 조모임에서 프로젝트로 시도해보게 된 것.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하고 싶어 고교 동창 2명을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다.

중소기업청 예비기술창업자 지원사업에 선정돼 법인을 세웠다. 지금은 초기멤버 3명에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 엔지니어 2명이 더 합류했으며 엔젤투자자와 정부로부터 각각 1억원씩 투자도 받았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