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에서 서울역까지 걸어가는 법을 1 대 1만 축척의 구글 지도(왼쪽)와 다음 지도에서 검색한 화면. 구글은 방향만 제시한 반면 다음은 계단까지 검색된다.
한국경제신문에서 서울역까지 걸어가는 법을 1 대 1만 축척의 구글 지도(왼쪽)와 다음 지도에서 검색한 화면. 구글은 방향만 제시한 반면 다음은 계단까지 검색된다.
“경로를 찾을 수 없습니다.”

골목골목 복잡한 서울 명동. 일본인 관광객 후지모토 사야카(23)는 맛집으로 이름난 ‘명동 교자’를 찾아가려 스마트폰을 켰다. 일본에서처럼 구글 지도를 통해 길 찾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길 찾기는 “20m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으세요”와 같은 안내를 받아 이용자가 따라가기만 하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후지모토가 구글 지도에서 본 것은 경로를 찾을 수 없다는 문구뿐이었다.

한국에서 반쪽짜리 신세인 구글 지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에서도 되는 길찾기 서비스를 구글이 한국에서만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한국 정부가 측량법으로 지도의 해외 반출을 막고 있어 길 찾기와 같은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지 못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내 전문가들은 “구글이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얼마든지 그런 기능을 넣을 수 있다”며 “한국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투자를 안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측량법 탓” vs “구글이 생떼”

한경 → 서울역 검색했더니…건물 위로 날아가라고? 한국에서만 길 못찾는 구글지도
구글이 말하는 측량법은 1961년 제정된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의 제16조와 제21조는 ‘측량성과’인 지도를 국토교통부 장관의 허가 없이는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사 시설이나 청와대 등 보안상 중요한 위치 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 지도를 통해 북한이든 시리아든 세계 어디나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한국의 측량법은 오히려 지도 서비스의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게 구글의 주장이다. 구글 관계자는 “SK플래닛의 지도를 받아 기본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길찾기와 같은 부가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지도를 미국 구글 본사로 가져가 재가공해야 한다”며 “측량법이 개정돼야 구글이 한국에서 길찾기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는 수긍하지만 측량법 때문에 구글이 길 찾기 서비스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한다. 국내에서 지도서비스를 하고 있는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구글이 다른 업체와 제휴를 맺거나 한국 업체를 인수하기만 하면 당장 길찾기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 역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지만 SK플래닛의 지도에 세계적 내비게이션 업체인 톰톰의 데이터를 결합해 길 안내를 하고 있다.

○“길 찾기 정보 규제 대상 아냐”
길 찾기 정보 자체가 측량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구글이 전혀 상관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문가는 “지도와 항공사진, 대중교통 정보는 국가가 원천데이터 소유권을 갖고 있지만 길찾기 데이터는 민간에서 구축해야 하는 지도 정보”라며 “이건 해외로 갖고 나갈 수 있는 정보”라고 말했다.

구글은 이에 대해 “검색 등 구글의 다른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고,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지도가 한국 서버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한국에서 구글의 낮은 점유율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의 요청을 받아들여 내년 1월 측량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1 대 2만5000 축척의 지도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구글은 여기에 대해서도 “1 대 2만5000 지도는 자세하지 않아 공개해도 전혀 쓸모가 없다”고 주장한다. 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국내 포털들이 대도시에서는 1 대 5000 지도를 쓰기도 하지만 지방에선 1 대 2만5000을 쓰고 있을 정도로 충분히 상세한 지도”라며 “구글의 반응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국내 위치정보 관련 기업 대표는 “구글이 2005년 처음 지도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는 텔레아틀라스 등 외부 업체의 지도 정보를 받아 썼지만 2008년 이후로는 자체적으로 지도 정보를 수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는 세계의 모든 지리와 위치 정보를 구글 서버에 담아 장악하려는 욕심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