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3] 국내 최대 게임쇼, 외국기업 잔치로 전락…게임산업 규제 여파?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 2013'이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의 저조한 참여율로 인해 '외산 게임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스타 개막 이틀째인 15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 일반전시(B2C)관에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부스에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블리자드는 역대 최대규모인 100부스를 마련해 참가 업체 중 가장 큰 규모의 행사를 자랑한다.

개막 첫 날 블리자드 부스에는 총 2500여명의 관람객이 모여들어 게임을 즐겼다. 이날 오전에도 '디아블로 III: 영혼을 거두는 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 등 출품한 4개 게임의 대기열이 각각 1시간 이상이었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경우 특히 반응이 좋아 게임 시연을 하려면 평균 2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며 "게임 대기선을 추가로 설치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동유럽권 벨라루스 게임업체 워게이밍넷도 총 60부스를 마련, 탱그 시뮬레이션 '월드 오브 탱크'와 관련된 다양한 볼거리로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닌텐도(대표작 몬스터헌터), 소니(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등 부스 반응도 좋다.

반면 적진점령(AOS) 게임 '도타2'을 앞세운 넥슨과 김대일 사단의 '검은사막'을 주요 타이틀로 한 다음 부스의 대기열은 1시간 미만씩이다. 현재 게임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 B2C에 부스를 세운 국내 대형 게임업체는 넥슨과 다음 뿐이다.

이는 지난해 지스타와 매우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주관사를 맡고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 CJ E&M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하지만 올해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 중국 진출에 주력한다는 이유로 지스타에 불참했다. 지난해 B2C관에 120부스를 마련했던 위메이드는 올해 B2B(기업간 거래)관에 9부스를 마련했을 뿐이다. 네오위즈게임즈, CJ E&M 넷마블도 B2B를 택했다.

한 게임업체 담당자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대부분 새롭게 공개할 만한 신작 게임이 없다"며 "아예 참가하지 않기는 어려워 B2B관을 택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잇따른 게임산업 규제 움직임 때문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게임을 도박, 마약, 술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규정한 '게임중독법' 발의 등으로 업계 사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상원 띵소프트 대표이사는 "국내에서 '00학번' 이후 게임을 개발하려는 인재가 전혀 없다"며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압력이 커지면서 개발자들이 자부심도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외산게임 라이엇 LoL게임은 국내 PC방 점유율 40% 를 넘어서고 있다"며 "업계 규제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점점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