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연구중심 대학 총장 회의] "학제간 융합 연구가 공대의 살길"
“학제 간 융합 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외르크 슈타인바흐 베를린공대 총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현재 세계에서 풀리지 않고 남아 있는 문제 가운데 학제 간 연구가 필요하지 않은 분야는 하나도 없다”며 “특히 화학이나 물리학 등 기초과학의 도움을 받아야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슈타인바흐 총장은 KAIST가 1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여는 ‘2013 세계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다.

그는 “베를린공대도 다학제 간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교수 채용 시점부터 다학제 연구에 대한 대학의 강한 의지를 밝힌다”고 말했다. 슈타인바흐 총장은 “우리 대학의 목표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의 해답을 얻는 것”이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채용한 교수들에게 다학제 연구를 통한 문제 해결에 협력한다는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교수진의 세대 교체가 이뤄진 이 시기에 채용된 정교수는 전체의 80%에 달한다.

베를린공대의 대표적인 다학제 연구는 기후변화 연구다. 슈타인바흐 총장은 “베를린공대는 유럽공과대학(EIT)이 만든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지식·혁신 센터’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연구와 교육, 혁신을 아우르는 ‘지식 삼각형’에 기반한 성공적인 연구 모델”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연구에는 기후와 관련된 빅데이터 정보를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정보과학, 환경 변화에 대비해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는 신·대체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와 공학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슈타인바흐 총장은 “학제 간 벽을 무너뜨리는 연구 시도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학계의 ‘소우주’도 마찬가지”라며 “동적인 사고만이 공대가 살길”이라고 덧붙였다.

베를린공대는 최근 창업과 기업가정신 교육 지원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슈타인바흐 총장은 “5년 전 기업가정신과 기술 이전을 전담하는 센터를 설립하고 창업과 관련된 프로세스를 일원화했다”고 말했다.

이 센터는 특허 등록, 스핀오프(spin-off·기업 연구소 대학 등에서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분사 혹은 창업하는 것) 기업 설립 등을 다루는 전문가 팀과 연구, 교육, 기업가정신 고취 등을 전담하는 교수 팀으로 이뤄져 있다. 센터의 성과를 바탕으로 베를린공대는 독일 경제부로부터 ‘기업가 대학’이라는 명칭을 수여받기도 했다.

슈타인바흐 총장은 “공대로서 산학협력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고 했다. 베를린공대의 가장 큰 산학협력 파트너는 도이치텔레콤과 글로벌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 지멘스 등이다. 그는 “기업과 함께 연구하지만 연구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것이 성공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베를린공대=1770년 설립된 독일의 국립대학으로 베를린 자유대, 베를린 훔볼트대, 베를린 예술대 등과 함께 베를린 4대 대학 중 하나다. 학생수 3만2000명으로 독일 10대 대학에 꼽히며 공과대학 중에서는 제일 크다. 그동안 1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연구중심 대학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자체 연구용 핵반응로, 에어버스 A340 시뮬레이션 장치, 하루에 일곱번 씩 교신해 오는 40㎏의 자체 인공위성 등 풍부한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외르크 슈타인바흐 총장은 1985년 이 학교에서 화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교수로 임용됐고 2010년에는 총장에 올랐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