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Story - IT업계 반대에도 정부 '샵(#)메일' 강행

11월부터 시범 발송…교통범칙금 등으로 확대
"이메일과 호환 안되고 국제표준과 거리 먼 사업" 비판
지난해 9월 정부 주도로 국내에서 개발된 공인전자주소(샵메일) 체계에 대한 정보기술(IT)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예비군 소집, 교통범칙금·과태료 통지서 등 각종 공문서를 샵메일을 통해 발송하겠다는 방침이 속속 발표되면서 기존 이메일 계정과 호환되지 않는 샵메일 계정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커져서다. 기존 이메일보다 보안을 강화한 ‘선진 시스템’이라는 미래창조과학부 주장에 “세계 표준과 거리가 먼 IT 갈라파고스 사업에 정부가 국민 세금을 쏟아붓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예비군통지를 샵메일로 보낸다고?…'시끌'


○기존 이메일과 호환 안 돼

지난 7월31일 국방부는 미래부와 함께 예비군 소집통지서를 샵메일로 보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샵메일은 국내에서만 쓰이는 메일 시스템으로 ‘온라인 등기우편’을 표방해 만들어졌다. 샵메일 송·수신은 중계자를 거쳐 이뤄지며 메일 유통 기록은 미래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모두 저장한다.

다음달 구축이 완료될 예정인 이 시스템을 통해 국방부는 11월부터 시범적으로 ‘샵메일 예비군 통지서’를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예산 4억5000만원은 미래부가 부담한다. 국방부는 “초기 1년간 대상자 23만여명 가운데 40% 정도가 샵메일 수신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에 우편이나 인편, 이메일을 이용하던 통지서 발급비용을 연간 13억원에서 8억원가량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이메일로 보내면 시스템 구축비용 자체가 들지 않는데, 굳이 샵메일 시스템을 만들어 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샵메일을 받아도 메일이 왔다는 사실을 모르면 애초의 인증 의도가 무용지물이 된다”며 “다양한 사업자들이 문자나 이메일을 통해 샵메일이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이는 메일 체계를 쓸데없이 이중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은 “보안을 필요로 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이메일을 주고받고 있다”며 “그런데도 굳이 새로운 한국만의 이메일 시스템을 만들면 확장성이 떨어져 고립을 자초하는 꼴이 될 뿐”이라고 말했다.

○기록 집중돼 해킹 땐 치명타

샵메일은 ‘보안’을 강화하고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보안이 완벽한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샵메일이 이메일에 비해 해킹과 조작에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모든 기록이 정부 산하기관인 NIPA에 집중되면 해킹 공격을 당했을 때 치명적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표준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아 호환성이 없고, 정부가 주도해 인위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수요처를 널리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해외로 확장하기 어려운 사업에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NIPA 측은 “국제표준화기구에 샵메일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신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각국에서 표준으로 채택해 샵메일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겠느냐”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수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샵메일 기술을 찬성하는 측에서도 나온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샵메일을 만들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샵메일이 얼마나 이용자를 확보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 샵(#)메일

지정된 중계자가 본인 확인, 송·수신 확인을 보장하는 일종의 ‘온라인 등기우편’ 시스템. 주소를 표시하기 위해 @를 쓰는 이메일과 달리 #을 쓰며 이메일과 호환되지 않는다.

정부에서 지정한 중계자 사이트에서 주소를 등록해야 쓸 수 있다. 받기만 할 때는 무료지만 보낼 때는 돈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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